[세상속으로]주민자치회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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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주민자치회와 '여성'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 승인 2018-10-22 10:38
  • 신문게재 2018-10-23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임정규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1995년에 다시 부활된 지방자치는 올해로 23주년이며,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지방분권정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지자체 사무의 일부를 위임 또는 위탁하는 취지로 3년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 단계이고, 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융합으로 실질적인 동단위 민관협치이다. 또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주민의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특별법 제27조)'을 목표로 해 설치되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주민자치기구이다. 주민자치회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추진주체들은 익숙한 방식, 습관을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앙에서 지방으로 하달하는 방식, 다른지역을 참고해서 획일적으로 하는 방식, 민간 영역의 취약함을 대신하는 관주도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특히 특정 性(성)이 독점하는 방식이 아닌 생활자치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타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주민자치회 운영에 관한 조례 중에서는 최근 조례명은 '주민자치회 운영에 관한 조례'로 개정하였지만 조례에서의 위원회는 그대로 주민자치위원회가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주민자치 참여 활성화에 대한 통계 중에서 2492개 읍·면·동 주민자치위에서 활동 중인 참여 위원(4만4033명) 중 여성은 1만4145명으로 약 32.5%에 그쳤다. 평균 주민자치위원 25명 중 여성은 8명 정도인 셈이다. 대전은 1,112명 중 여성위원은 287명으로 26.5%였고, 주민자치위원회 고문은 전체 90명 중에서 고작 4명, 2.9%였다. 연구결과에서 낮은 여성 참여율은 실질적인 주민자치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이 주변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여성들의 의제와 역할은 늘 중요하게 강조되면서도 반면에 가장 풀뿌리 수준의 공적 조직인 주민자치위원에서 조차 정치력을 발휘할 기회가 매우 적었다. 3년간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하면서도 이러한 문제인식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성불균형한 대표성에 대한 문제인식이 없는 채 사업추진을 관행대로, 관습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원회 선출시 특정성이 10분의 6을 넘지 아니하도록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제시하고 있고,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지자체의 조례를 제개정할 때 교차검토해야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행정행위자들은 이를 사소하게 인식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더군다나 위원장을 선출할 때는 대부분 호선(互選)을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보니 연장자, 사회적 덕망을 가진 남성이 다수 뽑힌다. 위원회를 남녀동수로, 위원장을 공동대표로 성별이 골고루 맡도록 하면 안 될까.

지방자치가 부활하여 이십여년간 자치분권과 주민참여가 성장하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도하였지만 그 내부는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저성장, 저출산, 고령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지자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난제들이 쌓이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는 시민의 생활속에서 얼마나 체감되는가, 지역의 자치역량은 충분히 성숙한가를 성찰할 때이다. 성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다양한 거버넌스 주체로서의 행위자들은 여성의 관점에서 그들의 경험과 현실, 요구와 제도의 현황 등을 교차할 것을 필수로 인식하고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주 대전시의 주민자치회 창립총회 사진 한 장과 기사는 앞으로 지역여성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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