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검경 관계는 수직적 관계였는데, 여야 모두 검찰의 1차 수사권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수평관계로 꼼꼼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 6월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진다'는 내용을 담은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경찰에 1차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1차 수사지휘권 폐지라는 큰 틀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경찰 수사와 필요한 경우로 한정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경합을 벌일 때 압수수색 등은 절차가 더 빠른 기관에 이첩하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이에 따른 대전 경찰의 분위기는 남다르다. 이전까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사건들이 무혐의로 종결되는 등 다소 힘이 빠지는 상황이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 A 산하기관 채용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올 초부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던 2017년 4월 진행된 A 기관 직원 채용비리를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1월 수사에 착수하고 압수수색과 채용비리 관련 증거물을 수집했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수차례 기각 당했다. 경찰은 검찰에서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2000쪽 분량의 보강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5월 관련자 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의 결과는 12월 종결됐다.
검찰 관계자는 "A 기관 채용은 논술과 면접 점수를 합산한 게 아닌 면접 점수만으로 채용 결과가 결정됐다"며 "현재는 채용 규정이 달라졌다고 들었지만, 당시 채용 상황에서는 이와 관련한 특별한 규정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힘이 빠졌다. 오랜 기간 수사에 매진해온 결과가 무혐의로 종결되자 내부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만한 단서를 찾았음에도 무혐의로 종결돼 내부에선 힘이 많이 빠졌었다"고 말했다.
검경수사권조정이 이르면 내년 4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경찰 내부에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는다기보다는 기소 때 경찰에 보안수사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찰은 명령에서 요청으로 바뀌는 점을 수직에서 수평적 관계로 완화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수사권이 아직 수많은 과제가 산적한 건 맞지만, 1차 수사권을 경찰이 갖는다는 점에선 수직이 아닌 수평이 될 수 있다"며 "종종 내리는 무혐의 처분 등도 보강 수사가 더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