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위험사회의 국가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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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위험사회의 국가재난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04-08 08:19
  • 수정 2019-04-29 10:4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위험은 인간의 문명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회적 부를 늘리는 풍요 창출과정에서도 갖가지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위험은 발생 이전에 인간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현상이다.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위험하다는 현상 자체는 경험과 과학을 통해 예측과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방치하거나,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과 대응조치 미비는 엄청난 재앙과 파괴를 지속적으로 야기할 위기에 봉착한다.

운전하다 보면, 낙석주의 또는 교통사고 다발지역 등을 담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누가 봐도 돌이 떨어질 개연성이 높은 곳이거나, 이미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대다수 사람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표지판의 의미를 알면서도 심각하게 수용하지 않고 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위협과 축적된 경험의 가치는 평온 속에선 무용지물인 셈이다.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사고는 유럽에 공포심을 심어줬다. 체르노빌 사태에 대한 과학자와 정부 간의 이견에 유럽은 전율했다. 똑같은 현상을 놓고 과학적 수치와 대응조치가 판이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학자들끼리도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으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마치, 작금의 4대강 녹조 현상과 보 철거와 개방 등을 놓고, 학자들 간의 대립과 이견은 물론 정치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온갖 주장도 그와 유사한 현상이다. 이런 현실은 위험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뮌헨대 사회학과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1980년 중반에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를 선보였다. 자연, 과학, 경제 및 사회와 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저서이지만, 근대화에서 현대화로 가는 길목에서 각종 현안의 문제점을 잘 정리했다. 현대화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위험사회에 대한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원도 고성·속초지역을 휩쓴 대형산불을 지켜보는 국민은, 손 쓸 수도 없는 속수무책에 인간의 나약함을 느꼈을 것이다. 산불조심 경고 표지판도 무용지물이었다. 산불현장의 모습은 처참 그 자체였지만, 산불진압에 나섰던 분들의 용기와 헌신에 맘이 무겁다.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 중인데, 위기대응 책임자는 국회에서 여야와 마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옳았다. 여야 역시 위기대응 책임자를 서둘러 돌려보내야 했다.

위험현상을 가볍게 여기면 위험이 쌓여 결국은 통제 불능의 위기가 닥쳐온다. 그래서 벡 교수는 '성찰'을 강조했다. 문명과 풍요의 뒤에 도사린 위험을 간과하지 말라는 경고다. 결국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위험, 그리고 그런 위험에 대한 무지와 지식 탓에 현대의 위험사회는 끊임없이 위기에 당면할 것이다. 위험현상이 지속되면 어쩌면 인간문명의 몰락 여부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지금도 눈에 선한 ‘세월호’ 사건은 인간의 그릇된 탐욕과 관습적 시스템 부실에 의한 대형사고였다. 포항지진과 유사한 사태가 또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 이후 공포와 후유증은 얼마나 정리됐는지, 미세먼지 등과 같이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요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초국가적인 현상이지만 국가가 나서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에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적 재난을 수습할 수 있다.

국민은 하루하루의 삶의 안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온 국민이 안전에 대한 인식과 위험에 대한 성찰을 챙겼으면 한다. 이번 대형산불 탓에 평온한 삶을 빼앗긴 주민들에겐 온 국민의 관심과 격려가 절실하다. 정치권은 국가적 재난극복에 함께 손잡고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온 국력을 쏟아서라도 반드시 극복해내길 기대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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