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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번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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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23 09:05 수정 2019-05-23 09:05 | 신문게재 2019-05-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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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늘 하루도 끝났다' 업무를 마친 뒤에 늘 하는 생각이다. 최상의 편집을 위해 입사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한 절박한 심정으로 안간힘을 쓴다. 잠깐의 여유가 있는 날도 있지만 대개는 숨도 못 쉰다. '하얗게 불태웠어….' 유명한 권투 만화인 '내일의 죠'에서 주인공 야부키 죠가 망가진 몸으로 처절한 명승부를 펼친 후 뇌까리는 명대사보다 와 닿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때의 나는 재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극심한 탈력감과 무기력감 등 온갖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 때도 있다. 

 

혹자는 편안하게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일인데 과하게 예민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또 출근해야 하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괴로운 회사원 A씨, 예전보다 짜증과 화, 건망증이 늘고 큰 돌덩이 하나를 올려놓은 듯 가슴이 답답하다는 주부 B씨, 항상 불면증과 두통을 달고 살며 중요한 프로젝트 때면 설사 증세가 동반된다는 프로그래머 C씨,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본 것이 까마득하다며 다 때려치우고 떠나고 싶다는 자영업자 D씨까지…. 

 

우리의 일상에 여유라는 단어는 없어진 지 오래다. 잘 못하면 능력 없는 사람이 될 것 같고 다른 이들은 모두 앞만 향해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실적·성과 등의 압박에 시달리며 매일 경쟁하고 뒤처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한다. 삶의 '잠시 멈춤' 버튼은 고장이 났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두려움이 앞서 망설이기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들은 모두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라는 거대한 구렁텅이에 빠졌다. 직장인의 85%가 앓고 있을 정도로 한국을 점령한 이 질환은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 무기력함에 빠지게 하기 때문에 수면장애·우울증·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이런 늪에서 벗어나려면 대화 상대를 만들고 잔업을 지양하며 능동적인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원론적인 얘기가 가당키나 한지. 

 

뒤떨어지면 도태되는 냉혹한 사회를 보면 해결법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종종 홀로 있는 사무실에서도 자괴감이 들지만 맡은 일은 해내야겠단 심정으로 악착같이 버티는 마음이란. 

 

습관처럼 나오는 한숨을 쉬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까지 도달했다. 잠시 고민하다 포털 사이트에 행복과 휴식, 여유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컴퓨터를 끄면서, 적막한 밤 속엔 자조적인 나의 웃음만 퍼져갈 뿐이었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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