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화 ‘기생충’에 세계인이 공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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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화 ‘기생충’에 세계인이 공감한 이유

  • 승인 2019-05-27 16:07
  • 수정 2019-05-28 08:56
  • 신문게재 2019-05-28 23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에 큰 경사다. 수상의 의미를 짚으면서 양극화 문제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최근 개선됐다는 팔마비율 통계도 있지만 가파르던 양극화 격차가 1년 전보다 0.13배 포인트 낮아진 정도다. 가계동향조사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소득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양극화는 공명을 일으킬 만한 인류 보편의 이슈다. 이 때문에 '기생충'이 수상한 것은 물론 아니다. 빈부 격차를 한국적 정서로 잘 풀어가며 영화 자체를 탁월하게 만들어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큰 빈부 격차를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이 세 가지의 해법은 우리 사회 미래와 연결된다. 그런데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단일한 논리에 갇혀 있다. 사실에 입각한 정책이 아니면 불평등 사회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통계청이 모처럼 개선됐다는 양극화 지표도 심층을 들여다보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서가 아닌 고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결과였다. 노동시장에도 이중구조가 있다. 대입 경쟁률만 봐도 양극화다. 전국 초·중·고 학생의 48.7%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빈곤은 또 학력을 제한하고 학력은 다시 직업을 제한한다. 상승의 사다리는 치워진 지 오래됐다.

'기생충'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넘기 불가능한 벽을 잘 그렸다는 호평받은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황금종려상의 자부심이 미국, 터키, 멕시코, 뉴질랜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의 자괴감으로 변하지 않길 바란다. 성장의 걸림돌인 양극화는 사회, 문화, 교육 등 각 분야로 이어져 사회통합을 가로막는다. 정치인들은 특히, 영화 속 부조리한 장면으로만 보고 촌평을 내놓는 것으로 끝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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