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중 눈에 띄는 것은 시설에서 설비까지 폭넓게 아우른 점이다. 핫이슈인 '붉은 수도관' 사태 등의 영향으로 송수관이 여기에 들어간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부각된 통신구, 늘 불안한 가스관, 열수송관과 하수관로 등 지하 시설물이 대거 포함된다. 그동안의 사고 발생이 법과 제도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까지 제정됐다. 이 법으로 안전점검이 주기화된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반면에 체계적인 보수·보강 이행력은 떨어졌다.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에서 드러나듯이 예산 때문이거나 의지 때문이었다. 지상이든 지하든, 아니면 수중이든 사고를 막으려면 평상시 관리도 잘해야 한다. 시특법과 예산만 갖고 빠르게 낡아가는 시설물을 완전히 멈춰 세울 수는 없다. 철도(일반·고속철도)뿐 아니라 모든 시설물에 확실한 이력관리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열 중 하나꼴로 30년 이상 지난 사회기반시설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손쓸 겨를 없이 국민 안전이 상시적으로 위협받는다. 안전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부분은 국토안전관리원 신설로 웬만큼 보완될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들이부은 예산이 22조원이었다. 기반시설에 32조원의 예산만 축내는 사업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예방적 시설투자가 효율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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