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비난이나 일본 기업 피해쯤은 감수하려 작심한 듯하다. 일본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90%의 리지스트(감광수지)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그 제품 매출액 10%의 단골이 삼성인 사실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반도체 메모리를 비롯한 한국 제조업 목줄을 조여 목적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손놓고 당할 수는 없다. 일본이 급격히 돌아설 여지를 만드는 것과 병행해 기민하고 효과적인 반격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돌발 상황처럼 여기는 조치를 일본은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그런 점에서 외교 실패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진행 중의 국내 기업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와 전자제품은 주력 수출 품목이고 규제 대상 3개 품목은 일본 기업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 같은 급소를 겨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WTO 규칙에 맞는다"고 맞받아쳤다.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중국을 WTO에 제소했던 5년 전과 180도 뒤집힌 논리다.
일본이 콕 집어 보복한 데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의지도 숨어 있다. 일본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변화 틈새를 노려볼 부분이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번 조치가 관세, 송금 정지, 비자 발급 중단 등 일본이 기획하는 '100개의 카드' 중 1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보복성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해 승소하는 사안과 별개로 외교적 해법을 찾아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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