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 승인 2019-07-14 09:52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노황우
노황우 한밭대 교수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주위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어 외톨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을 관찰하며, 주도적인 사회활동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그에 따라 행동을 같이하려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학자 노엘레-노이만(E.Noelle-Neumann)이 제시한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에서 인간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경향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침묵의 정도를 증폭시킴으로써 마치 소용돌이와 같은 모습의 과정이 일어나게 한다.

자기 의견이 주위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다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반대로 소수의 일탈적 위치에 있다면 고립의 두려움을 느끼고 내심을 숨긴 채 침묵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소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의 숫자는 실제보다 더 적게 나타난다.

침묵의 나선이론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정치나 윤리문제 등 주로 다수결에 의해 정해지는 문제라면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침묵의 나선편향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 속담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목소리가 크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 기(氣)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氣) 싸움에서 이겼다고 승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큰소리만으로 이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의견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내 의견이 이미 다수 의견, 즉 대세인 것처럼 홍보해 내 의견을 관철하려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거짓뉴스를 그럴듯하게 과대 포장해 사람들의 감정을 부추기는 일이다. 비록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효력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사람이 흥분하게 되면 목소리가 커진다. 목소리가 크면 이성과 논리를 잃고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는 막무가내형으로 비춰지기가 쉽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자칫 무식하거나 폭력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정말 이기고 싶다면, 큰소리를 칠 게 아니라, 흥분을 좀 가라앉힌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보다 더 많이 알아야, 논리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큰 목소리로 대드는 사람보다 격한 감정 속에서도 그 감정을 다스리고 논리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 이제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버려야 한다. 목소리가 크면 간혹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일 수 있다.

옛말에 '우는 애부터 젖을 먼저 준다.' 말이 있다. 표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말로 어떤 사안이든,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이 침묵하는 가운데 유독 자기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다 옳은 의견은 아님을 우리 스스로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터뷰] 진성철 특허법원장 "지식재산 국경 없는 경쟁시대, 국민과 기업권리 보호"
  2. 초등 기초학력 지원 4~6학년은 '사각지대'
  3. "충남 스마트 축산단지, 갈 길 먼데…" 용역비 전액 삭감 논란
  4.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5. '초소형군집위성 1호' 24일 오전 7시 32분 발사, 임무궤도 안착하고 교신 성공
  1.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대전충청지역 종합병원 간담회
  2. 경비노동자 "대전시 고용안정 개정안 환영"…실질적인 방안 촉구
  3.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4. 표결만 4번 '충남학생인권조례' 또 다시 폐지로
  5. 대전사회복지사협회 ‘대만 사회복지현장 탐방’ 국외 연수

헤드라인 뉴스


항우연 연구자들 징계 위기… 노조·조승래 의원 “표적감사 규탄”

항우연 연구자들 징계 위기… 노조·조승래 의원 “표적감사 규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국회의원(대전 유성구갑)이 항우연 연구들에 대한 정부의 감사 처분 철회와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과 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항우연 노조)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항공우주연구원 표적·보복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9월 4일부터 올해 3월 27일까지 206일간 항우연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여 최근 결과를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감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나, 전..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한화이글스가 최근 거듭된 악재 속 연패까지 기록하면서, 리그에서의 순위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침체한 팀 분위기 속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4월의 마지막 일정을 통해 한화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시점에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류현진의 프로야구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 재도전의 실패다. 류현진의 100승 기록 달성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쉽게만 보였던 도전 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4월 2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

`FC 프로 마스터즈` 26일 대전서 개막… 아시아 4개국 최강자 가린다
'FC 프로 마스터즈' 26일 대전서 개막… 아시아 4개국 최강자 가린다

한국, 중국, 태국, 베트남 총 4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대회 'FC 프로 마스터즈'가 26일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개막한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FC 프로 마스터즈'는 FC(전 FIFA 온라인 4) 리브랜딩 이후 개최되는 첫 국제대회로 28일까지 진행된다 'FC 프로 마스터즈'는 'FC 온라인' 경기와 'FC 모바일'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FC 온라인' 대회는 KT롤스터와 광동프릭스가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FC 모바일' 대회는 'SODA'와 'JOSCAR'가 경기를 치른다. KT롤스터와 광동프릭스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

  •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