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7월) 3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5일 '무력시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언급한 '평양발 경고'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연합연습(8월)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중단 요구가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중략)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250여㎞를 비행했다. 5월 4·9일(240~420㎞ 비행), 지난 25일(600㎞ 비행)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영토를 겨냥한 도발이다.(중략)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는데 (북이) 비슷한 도발을 왜 안 하겠느냐"며 "북한은 일정 한계점 이하의 미사일 실험은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국제사회에) 일반화하려 한다"고 했다.(중략)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한두 번 더 도발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한·미) 동맹의 군사 연습을 북한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민의 안보에 반하는 의도를 가진 북한이 동맹에 명령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과하지욕(袴下之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유방(劉邦)이 항우(項羽)를 무너뜨리고 한나라를 세운 데에는 대장군 한신(韓信)의 공이 컸다. 한신은 젊었을 때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워낙 가난해서 밥을 빌어먹을 정도였고,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돈이 없어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다.
그가 남창정이란 마을의 정장(亭長: 도로안내 책임자) 집에 얹혀서 살 때였다. 몇 개월을 함께 살던 중, 한신을 미워하던 정장의 아내가 밥을 해서 몰래 침실로 가져가 한신의 밥까지 먹어 버렸다.
밥 때가 왔는데도 음식을 주지 않자, 한신은 분위기를 눈치 채고 정장을 떠났다. 한신이 이렇게 남에게 빌붙어 살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한신이 고향 회음의 시장 거리를 거닐 때였다. 칼을 찬 한신이 눈에 거슬렸던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넌 늘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
그 소리에 구경꾼이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신은 바닥에 엎드려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다. 이 일로 온 시장 바닥 사람들이 다들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그렇지만 훗날 그러한 '과하지욕'을 이기고 대장군에 이어 초왕까지 된 한신은 그때 자신을 잠시 데리고 살아 준 남창정 정장에게 1백 전을 내리며 따끔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대는 소인이오. 은혜를 베풀려면 끝까지 베풀었어야지." 또 시장 거리에서 망신을 준 불량배도 찾았다. 그는 왕이 된 한신이 눈앞에 나타나자 벌벌 떨었다. 무서운 벌을 받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신은 그에게 순찰을 하는 '중위' 벼슬을 내리고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장부다운 사람이오. 망신 줄 때 내게 그를 죽일 힘이 왜 없었겠소? 허나 그때 모욕을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았다면 나는 죄인으로 쫓기는 신세였을 거요. 큰 뜻을 품은 내게 그를 죽이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소. 그래서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겁니다."
'과하지욕(袴下之辱)'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당시 한신이 남들에게 겁쟁이로 보였을 그 한순간의 치욕을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한신은 굴욕을 견디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었다.(네이버 학생백과 참고) 그렇지만 작금 우리의 국방관은 과연 어떠한가?
북한은 한국의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며 비웃는 것도 모자라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을 기획하는가 하면, 도발을 통한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입을 닫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 정도를 넘어 아예 거듭되는 과하지욕인 양 비굴하기까지 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비굴(卑屈)은 '용기나 줏대가 없이 남에게 굽히기 쉬움'을 말한다.
사람이든 국가든 간에 비굴하면 지기(敗北) 십상이다. 또한 상대방이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구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방종(放縱)으로 이어진다. 비굴과 굴종(屈從)의 대가는 참혹(慘酷)하고 후유증까지 혹독하다. 과하지욕은 한번으로 족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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