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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광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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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0 14:32 수정 2019-10-11 15:25 | 신문게재 2019-10-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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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대학교는 기독교 학교였다.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를 꼽으라면 고민 없이 채플을 꼽았다. 학교의 정문을 통과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것 역시 채플이었다. 학교생활의 시작과 끝인 입학식과 졸업식뿐 아니라 입학 면접 OT마저도 채플에서 열렸다. 교수 수련회를 하는 곳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콘서트와 가슴 찡한 공연도,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까지 모두 채플에서 열렸다. 학교의 온갖 대소사가 이뤄지는 곳. 그렇게 채플은 우리 학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고 누구나 기억하는 일상 그 자체의 공간이었다.

그런 채플이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옷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새 총장을 선임할 때다. 지금은 무사히 자리에 올라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당시엔 반대가 정말 심했다. 총장 본인에 대한 적격성 논란부터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태도까지 문제가 됐다. 학생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대자보를 붙였고 학생들이 모이는 곳 어디라면 총장 선임에 대한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학교의 권위자들은 대답이 없었다. 결국 학생들은 밖으로 나왔고 모였다. 바로 채플에서!

채플 계단엔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양손에 피켓을 든 채 침묵으로 시위에 나섰다. 총장 선임에 관한 학칙 개정을 위해 모두가 모인 곳 역시 채플이었다. 각자의 시간을 쪼개 모인 학생들은 현 학칙에 대한 문제점과 개정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각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고 또 경청했다. 그건 분명 수년간 채플에서 오갔던 종류의 이야기들과 일들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채플은 '광장'이었다.

2016년, 대한민국에도 광장이 생겼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 때문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시위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돼 전국 19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됐다. 그때도 광장은 각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익숙한 곳에 형성됐다. 서울은 광화문, 대전은 타임월드, 대구는 대구백화점, 광주는 518 광장, 부산은 서면역에서.

우리의 아직도 일상 속에서 광장을 만든다. 얼마 전 시작된 서초동 촛불시위가 그렇고, 그에 반대급부로 부상한 또 다른 광화문 촛불시위가 그렇다. 나는 그곳들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장소가 누군가의 출근길이자 퇴근길이고 가족들, 친구들과의 추억을 이어온 일상이었음을 안다.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마주하기도, 핸드폰 속 사진첩에 저장돼 있을 풍경들 말이다.

때문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자꾸만 일상을 깨는 이유를.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여전한 그곳에 투쟁의 색깔을 덧씌운 이유를. 광장이란 이름 아래 모여든 이유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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