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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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일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19-10-29 14:27
  • 신문게재 2019-10-30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어느 신문 칼럼에서 서양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운명이 결정된 중요한 시기로 1543년을 지목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 해에 서양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을 실은 책이 발간되었고, 일본은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철포(鐵砲)를 수입했다고 한다.

지동설은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중요한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해에 오다 노부나가라는 인물이 철포를 실제 전투에 도입하면서 전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그리고 이 총이 임진왜란 초기에 조선 병사들을 당황하게 만든 신무기 역할을 톡톡히 했기에 우리와는 악연으로 얽힌 하나의 사건이기도 하다.



바로 그 해에 조선에서는 영주에 백운동 서원이 설립되었다. 유교의 원리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성리학을 가르치는 조선 최초의 학교가 설립되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또 다른 사건인 것이다.

그렇지만 서양과 일본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사이에 세상의 이치를 '이(理)'와 '기(氣)' 로 나누고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형이상학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후대 실학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국력이 쇠진되었다는 것이 그 신문의 논조였다.

서양과 일본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이런 해석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형이상학에 대한 추구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글의 취지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때가 고비였구나. 그 때 판단을 잘 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하지 말자는 것이기에 글 자체의 뜻보다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생각해 보자.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매스컴에서도 매일 걱정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고, 조국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수많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이제 짜증이 날 지경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사는 조그만 농촌 마을 금산에서도 인삼이 잘 팔리지 않고 음식점 매출이 떨어져 힘들다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가까운 사람들이 힘들어하니 기운 없고 맥 빠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동남권, 부울경의 고액 봉급을 받는 육체노동자들이 금산인삼의 주 고객인데 그 동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그 여파가 멀리 떨어진 금산에까지 미친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많은 처방과 대책을 얘기하고 있지만 보통 사람인 우리로서는 모두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좋은 순환이 이루어져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삼의 후광이 조금씩 빛 바래가는 금산에서도 지금 뭔가 치고 올라갈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역민의 욕구는 대단하지만 뚜렷하게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이다.

이미 떠난 버스이지만 화상경마장 논란이 일었을 때 만약 금산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숙원사업이 있었다면 그 사업의 일환으로, 혹은 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반대급부로 경마장 사업이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주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사람은 결국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에게 '나 잘 살게 해 달라'며 밑도 끝도 없이 조르기 보다는 지역 주민들 스스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지자체나 정부에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싶다.

목 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것이고, 샘을 팔 시기와 장소를 놓치고 나서 두고두고 목 마른 고통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중지(衆智)를 모아 좋은 샘을 팔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아쉽게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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