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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원칙과 융통성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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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1-08 00:00 수정 2019-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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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지키며 사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정말 힘듭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칙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될 때에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원칙을 지키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서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위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원칙이 모든 경우에 합당하는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 애초부터 잘못된 원칙일 수도 있고, 또 처음 원칙이 만들어 질 때에는 합당하고 공정한 원칙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상황이 변화되어서 만들어 놓은 원칙이 합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만들어진 원칙이 일부에게는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원칙에 적용을 받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한 원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등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은 어느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이나 이해관계에 치중되어서도 안 되고, 어떤 경우에는 적용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서도 안 됩니다. 다시 말하면 원칙은 보편성과 일관성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보편성과 일관성이 무너진다고 하면, 그 원칙은 원칙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거나 개별적이고 상대적인 특수한 규정이 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원칙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특수한 상황이나 특별한 사례를 우선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킬 것을 강제하면서도, 예외적인 상항이 적용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원칙이 있으면서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입니다.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칙의 예외적인 상황이 많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원칙을 잘못 만들었거나 원칙에 대한 수정이나 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칙의 적용보다 예외적인 상황이 더 많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번 정해 놓은 원칙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그 원칙을 정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논하는 것처럼, 원칙이라는 명칭이 있기 때문에 원칙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불이익이나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한번 만들어 놓은 원칙은 그 원칙의 적용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원칙이 보편성과 일관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켜야 하고 또 지킬 것을 강요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원칙의 의미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보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잘 만들어 놓은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정말 특수한 경우나 모호한 경우가 항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수한 경우나 적용의 모호성이 나타나게 되면, 원칙을 적용함으로 인해서 그 원칙을 정한 기본 취지나 목표, 그리고 원칙의 의미에 반하는 이유 등으로 인해서 상대적인 불이익이나 의도 하지 않은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경우나 원칙의 적용에 모호한 경우에 원칙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그 원칙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면,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고, 따라서 원칙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될 때, 우리는 '원칙의 적용에 대한 융통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그러나 '원칙의 적용에 대한 융통성'은 정말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융통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칙의 중요성과 그 의미 및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원칙의 적용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원칙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융통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고려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융통성의 적용은 특혜 또는 권리나 권력의 남용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원칙은 사실 너무나도 많습니다. 수많은 제도나 법률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에 해당되고, 도덕이나 도리, 그리고 일부의 관습이나 전통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정의나 공정성도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입니다. 이렇게 많은 원칙을 모두 지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원칙 중에서 요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 누구에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하고 특수하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특별하고 특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거나 더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특수하고 특별하다고 해도 처음부터 그 출발선을 달리하고 우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특별하고 특수하다고 하면 아무리 출발선을 같이 해도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그 특수성이 발휘되기 때문에 '공정한 차별'이 스스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입시나 취업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특수성의 인정은 바로 이 '기회의 평등'을 무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누구도 애초부터 차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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