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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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7)

-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 승인 2019-11-28 17:32
  • 신문게재 2019-11-29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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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 영화는 퇴행과 왜곡, 과잉의 점철이었습니다. 반대 의미로의 '현실 그대로'는 90년대 가서야 나타났습니다. <뽕> 시리즈(1985~) 등 토속 에로물은 대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애마부인> 시리즈(1982~) 등은 왜곡된 성의식을 영화화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즈 등 신파물 역시 1968년 등장한 이후 80년대에도 여전히 계속됐습니다.

1990년대 들어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결혼 이야기>(1992), <접속>(1997) 등 현실 속 남녀의 사랑을 그려낸 멜로영화들이 나왔습니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이들 90년대 멜로영화의 전조 같은 작품입니다. 홀아버지 밑에서 소심하고 순박하게 공부만 한 대학생 영민이 영문과 다니는 연극배우 지망생 혜린을 짝사랑합니다. 이별 후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낳다 죽습니다. 스토리는 신파적이지만 영화는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연기, 촬영, 음악, 편집 모두 담백하게 진행됩니다.

다른 예술의 역사와 같이 한국 영화사 또한 이전 것에 대한 반발 작용을 통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했습니다. 실상 한국 영화는 오래도록 당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초기에는 영화계 스스로의 의식이 부족했고, 이후 긴 세월 검열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민주화의 분위기를 타고 서서히 현실 그대로의 삶을 영화에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 받게 된 것도 바로 현실 그대로의 삶을 담아낸 90년대 이후입니다.

이 영화는 기획 이태원, 감독 배창호, 촬영 유영길, 조명 김동호, 편집 김현 등 한국 영화의 걸출한 제작진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장인들의 원숙한 솜씨가 녹아 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대가의 소품이라 할 만합니다. 또한 안성기, 황신혜, 전무송, 최불암 등 배우들의 연기도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안성기는 1957년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60년 넘게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솔하고, 세련되면서도 한편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수많은 작품에서 한국인의 애환을 보여줬습니다. 그리하여 그에게는 '한국 영화의 페르소나'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 영화 역시 그의 그런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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