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직업 체험하고, 충남의 역사도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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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 직업 체험하고, 충남의 역사도 배워요

[충남마을학교를 찾아서] 3. 당진 마을학교 이야기

  • 승인 2020-05-27 15:21
  • 신문게재 2020-05-28 11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행복배움터 두레 '꿈을 향해 내딛는 행복한 한 걸음'=행복배움터 두레는 지난해 1월에 등록한 비영리민간단체로, 발걸음을 뗀 지 얼마 안 되는 마을학교다.

당진도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요시설이 대부분 시내권에 집중돼 있어 비시내권에 사는 학생들은 교육·문화 활동에서 소외되고 있다.

실제 청소년문화의 집이나 당진문화원, 각종 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하려면, 이 지역의 학생들은 '운전하는 엄마'가 필수다. 자가용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등 학부모의 고충이 크다.

이처럼 행복배움터 두레는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이런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행복배움터 두레는 신평, 우강, 합덕지역 학생들이 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 공교육에서 하기 힘든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고민한 끝에 진로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바로 바리스타 체험, 로컬푸드 CEO 체험, 청소년 도슨트 체험 등이 그것이다.

두레04_바리스타 체험
당진 마을학교 행복배움터 두레는 동네 커피숍에서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먼저 바리스타 체험은 우리 지역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와 디저트 제조법 등 바리스타 직업을 체험한다. 어린 친구들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또 로컬푸드 CEO 체험은 초등학생들이 농촌 마을사업장을 방문해 장을 담그고 세시 음식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조용한 고령화 마을이 초등학생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햇살 좋은 봄날,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조물조물 빚어낸 고소하고 쫄깃한 진달래 화전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두레01_도슨트
당진 마을학교 행복배움터 두레는 '청소년 도슨트 체험'을 심훈 선생이 생활했던 필경사와 심훈기념관에서 진행했다. 충남교육청 제공
특히 청소년 도슨트 체험은 당진에서 행복배움터 두레가 최초로 시도한 사례다. 지역과 연계를 위해 당진의 인물 심훈 선생이 생활했던 필경사와 심훈기념관에서 진행한 도슨트 체험은 수줍음이 많은 학생들을 배려해서 단계별로 실시했다. 교사가 꿈인 학생, 스피치 능력을 기르고 싶은 학생,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등이 참여했고, 엄마들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 체험 활동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체험학교에서도 진행했는데, 지난해에는 진로체험학교 우수사례로 선정돼 충남교육감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김효실 행복배움터 두레 대표는 "올해에는 어린이 고고학자, 주니어 도슨트, 유치원 교사 체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당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대마을학교 '소통하고 협력하는 마을교육공동체'=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작은 학교인 전대초등학교에는 학부모들의 그림 동화책 공부 모임이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엄마들은 그림 동화책을 공부하면서 자신들의 장점을 하나씩 찾아갔다. 자신의 재능을 내 아이와 전대초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지난해 당진교육지원청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에 응모하면서 전대마을학교가 시작됐다.

엄마들은 재능과 열정은 있었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들만의 장점인 '수다'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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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마을학교 길잡이 교사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충남교육청 제공
대마을학교에서는 이들을 길잡이 교사라고 부르고 있다. 길잡이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생님을 뜻한다.

전대마을학교는 프로그램 준비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손쉬운 방법 보다는 아이들과 소통해 의견을 듣고 교육 활동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설계하고, 자신의 의견이 프로그램에 반영되니 높은 집중도와 참여도를 보였다.

또 전대마을학교는 지난해 10월 학교와 마을주민들이 함께하는 '1.3세대 마을운동회'를 개최했다. 길잡이 교사들이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아이들이 만든 도예 작품을 전시했다. 또 마을주민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절미를 만드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전대마을학교 엄마들도 재능기부로 마을학교 운영에 힘을 보탰다. 지역 아동 돌봄 프로그램에서는 손뜨개로 털모자 만들기, 쌍화차 만들기, 목공예 체험, 천연로션 만들기, 토요 돌봄 등을 진행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전대마을학교의 길잡이 교사들에게 지난해는 쉴 새 없이 바쁜 한 해였다.

전대마을학교는 올해의 주요사업으로 학생 동아리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아리 선호도를 조사해 팽이동아리, 축구동아리, 향기동아리, 원예동아리를 개설, 학교 측과 협의해 주 중에 하루는 방과 후 수업 대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자치 동아리데이(Day)'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대마을학교는 자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고, 길잡이 교사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 하는 마을교육공동체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당진어울림여성회 마을학교 '숲에서 배우고, 역사에서 배우고'=당진어울림여성회 마을학교는 지역 엄마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공동체를 꾸려 함께 해결하고자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역사기행으로 시작한 모임이 자연에서 노는 생태모임, 초등학생 역사기행단, 엄마들이 직접 선생님이 되는 지도자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공동체가 형성됐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들이 교육을 통해 생태와 역사 분야에서 마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진어울림여성회 마을학교는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역사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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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어울림여성회 마을학교는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충남교육청 제공
먼저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당진의 숲길과 물길을 따라가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으로, 매월 2회 야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모둠 활동과 자연물을 이용한 생태놀이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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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어울림여성회 마을학교는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역사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한단계 더 성장한 수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충남교육청 제공
또 '찾아가는 역사교실'은 문화유적지를 직접 찾아가는 역사문화기행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당진과 충청도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옛 선조들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학생은 "답사 활동이 매번 역동적이고 재밌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당진어울림여성회는 올해 한 단계 더 성장한 수업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장소를 답사하는 방식에서 탈피,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답사지를 선택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한은경 마을교육공동체 어울림협동조합 이사장은 "찾아가는 역사교실을 통해 학생들은 역사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사람들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스스로 역사를 탐구하고 해석하면서 중요한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포=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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