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옳은 도시와 좋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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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옳은 도시와 좋은 건축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 승인 2020-11-26 10:43
  • 신문게재 2020-11-27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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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각 대전광역시건축사회장.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일상의 거의 모든 방문 장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QR코드나 개인신상을 기재하고, 손 소독을 해야 입장이 가능한 데다가 식사나 음료를 마시기 전. 후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종업원의 요청에 번거로울 수 있음에도 아무런 반감 없이 순수히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일면이라 생각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일상이 된 것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급속도로 위축된 상권을 보며 앞으로의 도시 구조의 변화는 필수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재 변화의 중심에 있는 대전은 어떤 모습인지 되돌아본다.

원도심과 둔산으로 크게 이분화되었던 도심은 동반 성장보다는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쏠림'현상으로 원도심의 쇠퇴를 가져왔고 오랜 기간 암울한 테두리 속에 있다가 얼마 전부터 새롭게 재개발, 재건축의 붐이 일고 있다. 둔산 신도시 역시 노은지구와 도안지구를 비롯한 새로운 지구단위지역에 주거를 비롯한 상권의 이동으로 인해 점점 상권이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혁신도시로 지정돼 대전역세권 지구와 연축지구의 원도심과 신시가지의 형성을 계획하고 있고, 인근 세종시와 글로벌 광역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광역경제권 구축에 나서기로 협약하고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과 광역교통시스템의 개선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대전과 세종은 이미 공동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행정수도의 실질적 완성과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운명 공동체나 마찬가지이기에 충청권 혁신성장의 거점 지역으로의 체계를 잘 갖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새롭게 구상되는 신시가지는 기존 도심이 가진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고, 기존 도시의 구조는 신시가지의 형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기존 도시 구조의 성공적인 개선은 신도시 건축으로 인한 그린벨트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능을 분화하여 물리적인 거리를 필요로 하는 현재의 기능 구분 방식의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은 지양되어야 한다. 서울시립대 김성홍 교수의 ‘서울해법’이라는 책에서 '옳은 도시'가 되려면 문제의 원천인 불평등과 불균형의 해결과 밀도의 질을 향상하라는 것이라 피력하고 있다. 좋은 밀도로서 주거 비율은 높여 적정 가격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나쁜 밀도로서 과잉 공급된 근린생활시설과 상업공간을 재구조화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근생의 축소는 비대면 가속화 촉매인 코로나로 어차피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소셜믹스는 하나의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게 하는 방안으로 도시 양극화와 주거난 해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규모 블록으로 구성돼 있는 원도심의 개별 블록을 직주 근접과 복합 필지의 개발로 고층을 유도해서 밀도를 높이고 토지 가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동시에 도로 및 공원과 같은 공공용지를 확대해 수용해야 하고, 개별 도로 폭을 넓히기보다는 도로 개수를 늘려야 한다. 실제 도로 폭은 오히려 도시 체증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 방위적 개혁이 시급한 곳이 현재의 대전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다. 이를 돌파할 유일한 정책이 대대적인 도시개조 전략인 것이다. 공공의 개발에만 집중하는 정책보다는 민간의 개발을 독려하는 정책의 개발이 시급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국가대표를 집단 양성하는 선수촌보다 보통 시민이 운동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이 골고루 있는 도시가 옳은 도시'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평가받는 건축사는 소수를 위한 명품건축보다 대중에게 좋은 건축을 남긴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좋은 건축을 남길 수 있는 대전시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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