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구성', 1981, 44x35cm, 종이에 채색/이응노 미술관 제공 |
이응노미술관은 오는 27일부터 7월 11일까지 특별전으로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의 문자추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예술 세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문자추상 작품을 회화, 조각, 도자, 서예,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로 승화한 이응노 예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1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초반 작품부터 이응노만의 작품세계가 구축돼 가는 1960년대 후반까지의 문자추상 작품을 살펴본다.
이 화백은 이 시기 자유로운 움직임을 리듬감 있게 활용하거나, 아교나 한지 등의 재료를 통해 화면을 밀도있게 구성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림 표면을 긁거나 구기는 등 거친 작업을 통해 갑골문 혹은 고대 비석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2전시실에서는 문자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견고한 구성의 이 화백의 1970년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화백은 한자 획의 복잡한 구조를 그대로 추상으로 활용했으며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도안으로 사용해 가구, 도자, 조각의 문양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화백의 도안은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로 제작됐으며 지난 1972~82년 사이 프랑스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에서 이응노의 도안 8점을 사들여 타피스트리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응노,구성, 1972, 지름 24cm, 세라믹/이응노미술관 제공 |
이응노는 문양을 목판이나 고무판에 새긴 후 판화처럼 찍기도 했으며 탁본처럼 뜨기도 했다.
문자 패턴을 붉은 물감으로 찍은 프린트는 얼핏 인장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문자를 사용한 판화 중 일부는 전각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데, 동양의 전각 전통을 추상 영역으로 확장해 현대적으로 응용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4전시실에서는 필체와 군상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말년의 이응노는 주로 군상 연작 창작에 매진했지만 문자추상 작품도 지속적으로 창작하였다.
1970년대 후반의 소품을 보면 다양한 필체를 통해 문자를 실험하고 있는 점이 발견된다. 이응노는 한자는 물론 아랍어 글씨의 곡선을 그림의 소재로 실험하기도 했으며 한자를 대담하게 그림문자 형식으로 변형해 픽토그램처럼 쓰기도 했다. 중첩해 흘려 쓰며 복잡한 문양 패턴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군상의 소용돌이치는 화면을 구성하는 필체와 매우 닮아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이응노미술관의 축적된 학술적 성과를 특별전의 형태로 선보이는 좋은 기회"라며, "문자, 문양, 패턴으로 이어지는 이응노화백의 문자추상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이응노, '구성', 1963, 66x 28cm, 종이에 채색/이응노 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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