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김이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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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김이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두 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발간하고 중도일보와 인터뷰하다

  • 승인 2021-09-19 21:54
  • 수정 2021-09-23 18:01
  • 신문게재 2021-09-24 7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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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의 억새밭에서 김이환 시인
‘억새풀이 억세게 바람에 출렁인다/영남 알프스 은빛 가을 햇솜처럼/부풀어 오른 억새풀/억세게 출렁인다//늦가을 억새바다/은빛 억새가 하늘 누빈다/백두대간 등줄기가/하늘을 뚫을 기세로/솟아오른다//영남 알프스의 관문 간월재, 달이 넘어가는 마루고개/눈처럼 쌓인다/억새풀 슬피 울어, 울어/가을 오는 소리를 낸다’

김이환 ‘늦가을 억새바다’



‘가을 하늘 높고 맑아/삼라만상 아름답다/옛것 익혀 오늘을 살고/오늘 지나 내일로 간다/맞다, 맞다, 그게 맞다!/꽃향기는 멀리를 가고/낙엽 소리는 더 멀리 간다/그리움은 한없이 길지만/사랑은 멀고도 가깝다/맞다, 맞다, 그게 맞다!’

김이환 ‘맞다, 그게 맞다’





‘달랑 남은 나뭇잎새/바람 따라 휘날린다/달랑 남은 달력 한 장/세월 따라 휘날릴 때/내 손으론 찢을 수 없어/바람만 탓한다./썰렁한 저녁 찬바람에/뭉클해 저미는 숫자들/홍시나무에 까치 한 쌍/재잘거리며 노을을 먹는다

김이환 ‘마지막 달력’





‘창포꽃, 붓꽃처럼 핀/노란색 겨울 꽃/독특한 향기 속에서/쓴맛, 단맛 내는 귀한 향신료/벌꿀들이 찾아드는/금보다 비싼 사프란//환희는 순간이고 지나간 행복일 뿐이다/쓴맛은 오래 기억되고 단맛은 순간일 수 있다/은은한 향에 취해서/귀하게 쓰임 받는 사프란//겨울에 외롭게 피는/사프란꽃을 품는다

김이환 ‘사프란 겨울꽃’





“시는 자연과 삶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으로 표현한 우리들의 기쁨과 슬픈 노래가 아닐까요?”

김이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난 17일 전북 장수군 계북면 파파실길 남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파파실언덕에서 만났다.

80 연세에도 정정하고 건강하고 감성이 풍부해 청년 이미지를 풍기는 젊은 실버 김이환 전 위원장은 필자에게 두 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를 건넨 뒤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김이환 전 위원장은 파파실언덕에 모인 9명의 지인들에게 시집 한 권 한 권을 정성껏 사인해 선물했고, 참석자들은 김이환 시인의 시들을 낭송한 뒤 시인의 시집을 내게 된 배경을 들을 수 있었다.

김이환 전 위원장은 “지난 겨울에 처녀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을 출간한 후 두 번째 시집을 냈다”며 “제가 시를 쓰고 더구나 시집을 펴내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40여 년이 넘게 생계를 위한 직장생활만 열심히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보니 나는 과연 이 세상에 태어나 남긴 게 뭔가 하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휴대폰에 매일 새벽 한편 씩 쓴 글들을 모아 시집을 내게 됐습니다. 내 손주들이 나중에 할아버지가 남긴 시집을 읽어주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다니는 손주 녀석은 벌써 담임선생님에게 ‘우리 할아버지는 시집을 내신 시인이세요’라고 말했다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참 뿌듯했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 시집을 두 권 남겼다는 데서 의미를 두고 싶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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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의 백일홍 앞에서 김이환 시인
김 전 위원장은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고 음악을 좋아했다”며 “짧고 간결하면서도 울림과 잔향이 남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특히 좋아했는데 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하루하루의 일상이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래서 중도일보 한성일 국장님의 주선으로 나태주 시인님을 소개받아 첫 번째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의 서평을 나 시인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늦가을 억새바다’를 낭송해준 그는 “시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허전할까 생각한다”며 “분명히 시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윤활유가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과 자세는 물론,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늦은 가을, 푸른 하늘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바다를 체험해 본다”고 밝혔다.

그는 “드넓은 들판에서 억새처럼 우리는 살아왔다”며 “건조하고 메마른 들판, 거세게 밀려드는 바람, 다 견디고 되돌아본 것은 바다처럼 물결치는 은빛 억새”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국장님의 초대로 파파실 언덕에 와보니 제 첫 번째 시집 제목인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의 백일홍꽃도 만나고, 두 번째 시집제목인 <늦가을 억새바다>의 억새도 만나게 돼 너무나 신기하고,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국장님 덕분에 좋은 분들과 인연 맺고 훌륭하신 파파실 언덕 변호사님 내외분을 뵙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다”며 “모두가 한 국장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연내에 한번 더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이환 전 위원장의 시들에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한 편 한 편 은빛 물결치듯 읽혀지는 시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늦가을 억새바다
박수빈 시인은 김이환 시인의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서평에서 “김이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에는 노을 지는 생에 대한 사유들이 자주 등장한다”며 “물드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그의 시집에는 배롱꽃, 고추잠자리, 우면산, 새해, 섣달, 노을, 해질녘, 구름 등 서정적인 단어들이 주로 나오는데 자연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이환의 시편들은 세상사의 곡절을 성찰한 기록”이라며 “읽으면서 이해되고 사색에 잠기는 시어들이 등장하는데 현실을 대하는 화자의 시선은 침착하고, 욕망을 전면화하기보다 이성의 영역으로 삶의 실존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고 해설했다.

김이환 시인은 파파실언덕을 다녀온 뒤에도 파파실언덕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시를 보내왔다.



삿갓 봉우리 흰구름은/가을 바람 짝지어가고//억새풀 나브끼는 들녘/파파실 언덕에 노란집//알밤 나무밑에 다람쥐/붉은 백일홍 활짝 웃네//황혼이 짙어지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어디갔나//커피향에 나비 춤추고/피자 굽는 장작 화덕은//백일홍 만큼이나 붉다/우리 인연은/영!원하리.

김이환 ‘파파실언덕’(2021.9.18)



삿갓 봉우리에/흰구름 여기저기//파란하늘 아래/맑은 물 흐르고//신선한 공기 먹고/따가운 햇볕 쬐니//천고마비의 계절/가을이 익어간다//파파실언덕 노란집/현관앞에 억새바다//춤추는 쌍잠자리를/백일홍이 유혹하네//황혼너머 붉은 노을/지기를 아쉬워한다//황토화로 장작불은/몸을 태워 밝혀준다//모닥불이 피고지면/아기별도 잠이든다//고요한 파파실마을/꿈나라로 함께 간다

김이환 ‘파파실언덕’(2021.9.17 저녁 월호)





한편 김이환 전 위원장은 1942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대전 보문고와 중앙대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ROTC 2기 육군 소위로 제대했고,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박사를 마쳤다.

아남그룹 기조실 사장과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자문위원,한국PR협회 제7대 회장,중앙대 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화관문화훈장(2007),국민포장(1996),산업포장(2014)을 수상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부 활동을 한 실력으로 20년째 드럼을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고, 고향 사랑이 남다른 애향인이다. 지금도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기관,단체의 고문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고, 초, 중, 고, 대, 대학원 동문 선후배들을 살뜰하게 따뜻하게 잘 챙겨주는 자상한 성품을 지녔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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