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총구를 그만 거두시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총구를 그만 거두시오

  • 승인 2022-05-23 17:18
  • 신문게재 2022-05-2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11
2022년 벌어진 전쟁에서 그 총구를 보게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숨진 이의 사체에서, 평범하게 자전거를 마을을 지나던 이가 체온을 잃은 채 길바닥에 쓰러진 장면을 보면서 그 총구가 이번 전쟁에 등장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우리가 경험하고 지금껏 몸서리치게 만드는 그 총구,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말이다. 2월 24일 개전한 러사이-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아 저항할 수 없는 민간인에게 국가에 의해 훈련된 군인과 경찰이 총을 겨누는, 다시는 마주하고 싶은 않은 국가범죄가 대전으로부터 7433㎞ 떨어진 같은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도시인 부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1000여 명의 사망자 중 650여 명은 폭탄의 파편이 아니라 총에 숨져 러시아군에 의한 민간인학살로 여겨진다는 영국 BBC 보도부터, 고개를 숙이고 일렬로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8명이 결국 건물 뒷편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바탕으로 러시아 공수부대가 민간인을 처형했다고 고발하는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도 최근에 접할 수 있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수사관과 법의학 전문가, 지원인력으로 구성된 42명의 조사팀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전쟁범죄를 목격한 증인을 인터뷰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총구가 벌이는 대규모 살상의 광기를 멈추게하기에는 조사팀의 역량은 작을 수밖에 없고 더 큰 연대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반도 전역에서 민간인 학살을 경험해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 지 아는 우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평화와 전쟁범죄 중단을 당당히 목소리 낼 주체이기도 하다. 대전 골령골에서 그리고 옛 대전형무소터에서, 세종의 은고개에서,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충북 청원 오창창고에서 그 총구에 희생된 이들이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다. 그들의 후손은 지금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슴 한 켠에 새긴 채 잊으려 지내고 있다. 71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 2022년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물질과 기술, 사회구조적 발전을 이뤄 원시적 생활과 비교할 수 없는 문명에 다가섰다는 시대에 말이다. 잘못을 깨닭고 뉘우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고 제도화하는 문명을 러시아에서도 이뤄져 세계를 리드하는 강대국이라고 여겨오지 않았던가.

대전 골령골에는 유해발굴과 함께 평화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간인학살의 참상을 지금껏 간직한 대전이 우호협력 협정을 체결한 도시인 하르키우가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왜일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