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다시 나눌 수 있어야
1916년 일제강점기에 한센인을 수용하기 시작한 소록도. 광복 후에도 비인도적이고 열악한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고 환자들은 강제 불임, 임신중절 수술과 더불어 강제 노역에 까지 시달려야 했다.
죽은 후에도 본인 의사와는 상관 없이 진행되는 해부와 화장 절차에 한센인들은 사회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모욕적인 장례로 세 번 죽는다고 표현했다.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 오스트리아의 산골 티롤에서 두 천사가 찾아왔다. 이들의 이름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27, 28세 젊은 나이의 수녀회 소속 간호사들은 약 6000여 명의 환자들을 치료 해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의 마음 속 깊은 아픔까지 만져주었다.
같은 민족, 가족, 심지어 의료진에게까지 외면당한 한센인들을 마스크와 장갑 없이 맨 손으로 만져가며 치료하였고 늘 따뜻한 말과 미소로 대해주었다. 매 년 오스트리아에 잠깐씩 방문해서 모금활동을 통해 치료에 필요한 약품을 구했고 폐결핵 치료센터, 정신병동, 한센병을 앓고있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건립했다. 환자가 완치되어 섬을 떠나 가족을 만났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하는 그들은 진물이 나는 상처도 두려워 하지 않고 냄새를 맡을 정도로 병 앞에 담대했다.
원래 5년 만 지내는 것을 계획했지만 평생을 봉사하겠다 결심한 후 2005년 70세가 되던 해 까지 아무 보상없이 지극정성으로 한센인을 위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 지면서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특히 얼마 전 한오 수교 125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상영행사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많은 인사들과 언론사에서 참석하여 이 두 천사의 선행과 봉사정신이 이 곳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양국이 힘을 합하여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여 선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는 수녀회 뿐 아니라 많은 봉사단체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 세계 어디든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인력을 파견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다른 이의 어려움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한국을 찾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봉사와 희생의 정신은 오늘날 대규모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많이 발전하여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고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때 우리가 소록도에서 받았던 사랑과 도움을 갚을 수 있는 때가 왔다.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베풀고 도와주는 봉사심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비엔나=김효진 통신원(비엔나 국립음대 바이올린 전공)>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가 환자의 환부를 맨손으로 치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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