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생물학적 성별은 여/남 두 개가 아니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생물학적 성별은 여/남 두 개가 아니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 승인 2020-02-13 10:07
  • 신문게재 2020-02-11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씨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작년 8월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법원에서 법적 "여성"임을 인정받았지만, "그/녀"의 입학을 반대하는 "따가운 시선"이 "무서워서" 입학 대신 재수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녀"의 입학을 반대한 사람들이 제시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여대는 "생물학적 여성"만이 입학할 수 있고, 두 번째 생물학적 남성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은 "여자들의 공간을 침범하고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결정인 성전환 수술이나 법적인 인정 따위는 다 소용없고, 태어나는 순간 부모와 사회가 결정했던 '생물학적 남성'이란 운명에 잠자코 순응하라는 뜻이다.

두 가지 이유의 저변에 깔려있는 논리적 전제는 인간의 성은 오로지 두 개--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만 있고, 중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학적 성에 따라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의 이분법적 대립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성은 과연 단 두 개뿐인가? 그렇지 않다. 생물학적 남성은 항상 가해자이고, 생물학적 여성은 항상 피해자일까? 늘 그렇지는 않다.

트랜스젠더 A씨는 생물학적으로 분명 '간성'(intersex)이었을 것이다. 호주, 독일, 네팥, 뉴질랜드는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 이외, '간성'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동성애/이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에 따른 후천적 결정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과학적 성과를 대중화하는 저널인 CNRS(https://news.cnrs.fr)의 통계를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성적 특성을 동시에 갖고 태어나는 간성이 전세계 인구의 1%~2%라고 한다. 그렇다면 간성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에 이른다. 우리의 경우, 2017년 기준 인구가 오천만명이 넘으니까, 같은 비율이라면 간성의 수는 약 오십 만명에서 백 만명에 이른다. 대략 천안시 정도의 인구가 간성일 가능성이 있다.



간성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여/남을 구분하는 방식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흔히 여남의 구분은 생식세포의 수준에서 큰 생식세포(난자)를 생산하는 인간을 여성이라고 하고, 작은 생식세포(정자)를 생산하는 인간을 남성이라고 칭하지만, 생식세포의 수준으로만 분류하더라도, 미국 브라운 대학의 생물학자인 앤 파우스토-스털링(Anne Fausto-Sterling)에 따르면 성별은 대체로 다섯 종류이고, 충분히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남을 결정하는 변수는 단지 생식세포만이 아니다. 염색체 차이, 해부학적 차이, 호르몬 분비 차이에서 제각각 여남을 구분할 수 있다 하니, 네 가지 변수들이 복잡하게 뒤엉키면, 성별의 구분은 더욱 복잡해진다. 학자에 따라서는 90개 이상의 성별을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성별은 여/남 두개로 뚝 자르지 않고, 여남 두 개를 축으로 하는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트랜스젠더 A씨는 굳이 범주화한다면 90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성 중 하나일 터인데, 어떻게 둘 중 하나인 "생물학적 남성"으로만 획일적으로 구분된단 말인가. 획일화의 폭력은 인생의 가장 처참하고 고단한 시기인 고3을 한 번 더 겪도록 만들고야 말았다.

또 한 가지 질문. 생물학적 남성은 가해자이고, 생물학적 여성은 늘 피해자인가? 5천년의 가부장제가 생물학적 남성에게 부여한 특권을 오용한 경우가 허다했으니, 대체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긴 해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가부장제이다. 생물학적 여성도 가부장제를 내면화했다면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그/녀를 반대한 사람들은 가부장제라는 목표점을 명확하게 재조준할 필요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스라엘, 이란 보복 공격에 건설업계 '긴장'
  2.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다음주 ‘용산 회동’ 성사되나
  3. [날씨] 20일부터 비 오며 다시 서늘…대전 낮 최고기온 18도
  4. 대전극동방송 창립 35주년 기념 희망콘서트 봄.봄.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4월19일 금요일
  1. "미래 선도하는 창의융합 인재로" 대전교육청 과학의 날 기념식 개최
  2.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활동지원팀 오지희 팀장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3. '2025년 의대 정원' 1000명 선까지 낮춰 정한다
  4. 의대증원 규모 대학에서 자율적 판단키로…"원점재검토를" 목소리
  5. 근로복지공단, 푸른씨앗 전국 1만5600개 사업장 가입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