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강 묘각재판(猫脚裁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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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8강 묘각재판(猫脚裁判)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3-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8강 묘각재판(猫脚裁判) : 고양이 다리의 재판

먼저 글자의 뜻을 알아보자

猫(고양이 묘) 脚(다리 각) 裁(마름 재) 判(쪼갤 판)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이 이야기의 출전은 한국인의 야담집(韓國人의 野談集)으로, 주로 어떤 일이든지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교훈과 사건의 잘못을 남에게만 책임 지으려는 자기 기준을 주장하는 자들을 비유해 쓰이기도 한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해본다.



어느 산골에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모든 사람들이 전통적인 농사 방법대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마을에 유능하고 똑똑한 같은 또래 네 사람의 청년들도 부모님과 같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청년이 우연히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청년들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급기야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을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하고, 그 당시 부가가치가 높은 목화(木花)를 선정하여 함께 투자하여 상업 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네 명의 청년들은 목화 장사를 하기 위해서 똑같이 투자를 하여 목화가 값이 쌀 때 많은 목화를 사들였고.목화 값이 오르면 내다 팔려고 창고(倉庫)에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목화를 창고에 쌓아두다 보니 쥐가 들어와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목화가 누렇게 되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네 명의 청년들은 의논한 끝에 고양이 한 마리를 사다놓고 잘 보살피면서 관리하되 네 명이 다리 하나씩을 맡아 책임지고 보살피기로 했다.

그 후부터 창고에 쥐가 들어오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잘못해서 왼쪽 앞발을 다치게 되었다. 그 발을 맡은 친구는 상처(傷處)에 약을 바르고 고양이의 다리에 헝겊을 감아주면서 성심(誠心)껏 치료하고 관리를 하니 고양이는 며칠이 안 되어 곧잘 뛰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상처를 싸주었던 헝겊이 풀어졌고, 마침 아궁이 근처를 지나가던 고양이의 발에 풀어진 헝겊부분에 불이 붙어 고양이는 놀라서 마구 뛰어다녔다.

이윽고 고양이는 점점 뜨거워지는 다리의 고통을 참지 못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목화 창고로 뛰어 들어가게 되었고, 그 헝겊의 불은 목화에게까지 번졌다. 잠깐 동안 그 일로 목화와 고양이는 몽땅 타버렸고, 나머지 세 친구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하다가 그 고양이를 치료한 친구에게 다 물어내라고 하였다. 고양이를 치료한 청년은 공동 투자하여 함께 한 상업인데 정성을 다한 내가 다 물어내기는 억울하니 공동으로 책임지자고 하였으나 나머지 세 명의 친구들이 어찌나 막 무가 내는지 네 사람은 고을 사또에게 판결을 내달라며 찾아가 소송(訴訟)을 하기에 이르렀다. 세 친구는 무조건 저 친구가 물어내야 한다며 고양이를 치료해준 친구를 윽박을 질렀다.

그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던 사또는 이렇게 말했다. "듣거라! 목화 값을 물어줘야 할 자는 저자가 아닌 너희 세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가 물어주도록 해라!" 사또의 판결(判決)에 세 친구는 놀라서 물었다. "사또나리,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손해는 저 친구 때문에 저희가 보았습니다. 판결을 반대로 내리신 것 같습니다."라고 항의했고, 사또는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가 다리를 다쳤든, 거기에 헝겊을 감아 불이 붙었든 간에 고양이가 창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불이 나지 않았을 것이 아니냐? 그럼 고양이가 불붙은 헝겊을 매달고 창고로 달려갈 때 어떤 다리를 사용해서 갔겠느냐?" 네 청년 모두는 "물론 성한 다리로 달려갔겠지요." 사또가 말하기를 "그래, 그렇다. 너희들 세 사람이 보살피던 성한 다리가 아니었다면 고양이가 창고에 불을 낼 일이 없었을 테니 너희 세 사람이 저 사람에게 목화 값을 물어주는 것이 당연하다!" 사또의 대답을 들은 세 친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우리의 보통생각 판결로는 상처 난 다리를 고쳐주었던 청년이 불을 내게 된 원인(原因)을 제공했고 그 원인에 의해 불이 났으니 응당 그 청년이 물어주어야 한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사또의 판결을 보면 또 그 판결이 현명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애초부터 공동 투자한 네 청년이 한 청년의 입장을 배려하여 공동으로 책임을 졌더라면 친구의 우정은 물론 사업도 다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세상의 인심이 이렇게 험하게 변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교훈이 되는 고사이다.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새로운 지혜를 깨닫게 된다.

첫째, 자인타관(自吝他寬 :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남에게 관대하자)하는 것

둘째,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 잘못한 것을 알았으면 즉시 고쳐라)와

세 번째,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라는 소중한 교훈을 깨닫게 된다.

요즈음 세상은 모두가 남의 탓이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치권(政治圈) 모두들은 일련의 조치가 잘못됨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이럴 때에야 말로 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기위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난관(難關)을 극복해야 될 판인데 말이다.

우선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신천지, 언론, 태극기부대 때문이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철모르는 어린아이가 웃을 일이다. 정치권도 매한가지다. 난국해결책은 고사하고 남에게 책임추궁(責任追窮)만 일삼고 실제는 선거준비에 몰두(沒頭)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정치권을 보는 솔직한 시각이다. 사실 지금도 늦지 않았을지 모른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국민이 적극 호응(呼應)하면, 단기간 내 극복(克服)될 수 있는 사안이다.

亡羊牢可補 失馬廐可築(망양뢰가보 실마구가축) 양을 잃었어도 우리를 고치고, 말을 잃었어도 마구간을 지어라

往者雖已矣 來者猶可及(왕자수이의 래자유가급) 지나간 일은 비록 어쩔 수 없지만 다가오는 일은 오히려 대처할 수 있다.

임진왜란을 겪었던 당시 영의정(領議政)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의 눈물겨운 진언이다.

천장이나 되는 큰 제방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발짝의 큰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千丈之堤以蟻之穴潰 百步之室以突隙之燃焚 )한비자의 유노(韓非子, 喩老)에 적힌 내용이다.

우리 속담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런 확산을 보며, 진정 처음 대처 시 개미구멍을 찾아 철저히 단속 했더라면 재앙(災殃)에 가까운 결과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일인데 이제 와서 네 잘못만 찾는 책임 있는 정부도 문제이다. 이제부터라도 온 국민이 극복에 나선다면 치유(治癒)는 식은 죽 먹기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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