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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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초능력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5-01 09:08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구자용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처음으로 초능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읽었던 무협지에서였다. 사람이 말보다 빨리 달리고, 까마득한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장풍을 쏘아서 바위를 깨뜨리는 무협과 초능력의 세계에 나는 매혹됐다. 이런 사람들은 해리포터의 마법사들처럼 별도의 사회를 형성하거나 초능력을 감추고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있다고 했다. 도대체 초능력자들은 어디에 숨어있다는 말인가? 내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나라의 형편이 나아지던 1980년대에는 단전호흡과 도의 열풍이 불었다. 누구나 수련을 통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과장된 광고로 많은 책이 팔려나갔고 수련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떤 단체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의 사진을 걸어두고 열심히 수련하면 공중부양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쪽에서는 19세기 말엽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다는 심령현상을 다룬 책들이 많이 팔리기도 했다. 예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심령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했고 성과까지 있었다니 혹시나 했다. 세기말이 눈앞에 다가온 1990년대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정감록 등의 예언서들이 활개를 쳤고 휴거와 종말을 주장하는 종교들도 나타났으며 전 세계적으로 화산활동과 지진의 보도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진 것 같은 분위기도 생겼다.

과학자는 미신이나 초능력을 배척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으나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옛날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와 땅에 내려치는 벼락으로 존재했던 전기는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누구나 일상에서 유익하게 쓸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만약 초능력이 실제 존재한다면 이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원리를 규명해 일반인도 유익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학자의 본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열심히 찾아봐도 초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을 세워두고 멀리서 장풍을 쏘아서 앞에서부터 차례로 넘어뜨리는 시범이 TV에 중계되기도 했으나 정작 작은 모래알 하나를 비접촉으로 움직이거나 공중에 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가부좌한 자세로 공중에 떠 있는 충격적인 사진은 알고 보니 뛰어오른 순간을 찍은 것에 불과했으며 1m 높이에서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공중에 뜰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자신 있게 단 하루 뒤인 내일을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별일 없이 세기말이 지나고 21세기가 열리니 세상의 종말을 외치며 혹세무민하던 종교들은 사라졌다. 소싯적에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초능력들은 여태껏 하나도 볼 수 없었으며 단지 믿고 싶은 사람들의 희망에 불과했다. 많은 분야에서 초능력이라고 불리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측정되거나 증명될 수 없다면 결국 초능력은 불가능하고 없는 것이다. 초능력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해보겠다는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옛날 인간의 초능력이라고 하던 것들이 이제는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무협지의 장풍이나 비술보다 훨씬 강력한 현대의 무기들이 있고, 축지법보다 훨씬 빠르게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이 있으며, 알리바바의 '열려라 참깨'보다 더 편리한 음성인식과 원격제어 기술이 있고, 화타보다 훨씬 정확하게 사람의 내부를 보고 병을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으며, 천문을 보고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미래의 날씨를 예보하는 시스템이 있다. 한평생 신선의 도를 닦은 특별한 사람보다 현대의 보통 사람이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 오늘날에는 아무런 수련을 거치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여러 가지 현대판 초능력들을 잘 이용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우며 현대과학으로도 정복되지 않는 미래예측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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