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 연구원이 가습기 살균제 원인 물질 규명을 위한 연구 장치 '노즈 온리 익스포저 챔버'를 살펴보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
10년 전 세상에 나와 14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은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수 천명에 달한다. 고통을 규명하고 같은 일이 다신 발생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로 지혜를 모으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전북분소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1982년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안전성연구실로 시작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1984년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이관됐고 2009년 전북 정읍에 전북분소를 개소했다.
이곳에선 가습기 살균제 같은 흡입독성연구와 영장류·미니피그 등 중대형 실험동물을 통한 전략적 독성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단계서도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의 역할은 지대하다. 국민 건강과 안전사회 실현을 위해 구슬땀 흘리는 전북분소의 역할을 들여다본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 전경 |
▲흡입독성연구 통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규명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는 몇 해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독성영향을 규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 노출에 대한 유해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제와 유사한 동물모델을 개발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과 폐 관련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당 제품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의 흡입 발생 기술 개발과 실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흡입 노출 시나리오를 설정해 반복흡입독성에 따른 영향평가도 수행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현재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다양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들로 인한 질환과의 인과관계 등을 연구해 피해자를 돕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백신 안전성평가연구 시설 확충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가 바로 실험동물을 활용한 안전성연구 분야다. 전북분소는 국내 유일 원숭이 독성시험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독성연구시설로 국내 유일 영장류 전용 음압 GLP 시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 식약처·농진청·환경부 등의 적격 인증뿐 아니라 OECD, 미 FDA 등으로부터 적격 인증을 받는 등 다양한 규제 대응 경험도 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전북분소는 코로나19 대응 치료제·백신 개발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고자 전용 안전성평가 인프라를 보강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뢰성 있고 신속하며 작업자에게도 안전한 연구가 수행 가능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장류를 활용한 신경·면역계 독성 영향 연구 개시
생활환경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의 범위를 신경계와 면역계까지 확대해 그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설치류만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독성평가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로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in vitro 신경발달 독성연구를 비롯해 중대동물(영장류·미니픽)을 활용한 출생 전후 신경계·면역계 발달독성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임상에 활용이 가능한 실제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한다. 이러한 연구는 생활환경유해물질 노출에 따라 유아에서 관찰되는 아토피와 같은 면역질환과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신경발달 장애의 예방·치료를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유일 호흡기질환 제품 유효성 평가센터 유치
전북분소는 출연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보건복지부의 T2B 기반구축센터인 호흡기질환제품유효성평가연구단(NCER)를 유치했다. NCER은 흡입독성시험법에 기반해 호흡기질환 치료제품의 유효성평가부터 독성평가와 임상시험으로 연계되는 원스텝(One-step)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천식·폐섬유화·COPD(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와 같은 폐질환 관련 의약품이나 증상 완화·예방을 위한 후보물질, 기능과 면역을 증강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검증하는 기술을 구축하고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관련 제품·기술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원이 미세먼지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
▲미세먼지·담배 등 생활환경 유해물질 흡입독성연구 메카
국민의 호흡기 건강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생활환경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는 전북분소의 또 다른 중대한 임무 중 하나다. 인공 미세먼지·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생환환경유해물질로 인한 인체유해성을 평가하고 기전을 규명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성 연구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유해 물질이 호흡을 통해 신체에 노출됐을 경우 발현되는 독성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흡입장치를 활용해 기관지·폐 같은 호흡기 외에도 신경계·소화기계·비뇨생식계 등 전신에 미치는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위한 국가적인 핵심 연구소로 도약
전북분소는 4차산업혁명시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바이오헬스 산업 등 국내 바이오산업을 세계적인 선두로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원천기술 개발과 질환 극복 연구, 빅데이터 구축 등을 통해 정부의 바이오헬스 R&D 전략에 적합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최초로 미니픽 독성시험체계를 구축해 제약업계와 CRO 기관 등 산업계 지원기반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의약품 스크리닝·독성시험연구를 통해 국제보건의료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철 전북분소장은 "의약품과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을 연구해 국민의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역할이며 존재 이유"라며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도 국제표준과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 같이 우리 연구소도 첨단 안전성평가 기술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독성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켜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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