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쇼팽(1810~49)은 모계가 폴란드, 부계가 프랑스 출신인 폴란드 작곡가다. 일찍이 뛰어난 재능으로 7세 때 첫 작곡을 시작하고 콘서트 연주자로 데뷔했다. 이후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음악 도시 빈과 음악 강국인 독일 이탈리아 연주여행을 다녔다. 쇼팽은 청년시절 폴란드를 떠난 이후 다시는 조국에 돌아가지 못했다. 언제나 폴란드를 그리워했던 애국자 쇼팽은 폴란드 색채가 가득한 작품에 조국을 향한 향수를 담았다. 폴란드의 민속 춤곡 마주르카, 폴란드 정서를 담은 군대풍의 폴로네즈는 쇼팽의 빼어난 예술성에 민족주의 정서가 가미돼 탁월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조국 폴란드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때마다 쇼팽은 자신이 느끼는 강렬한 정서를 담아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쇼팽 연습곡 op.10의 11번 혁명은 러시아가 바르샤바를 공격하자 요동치는 분노를 담아 만든 곡이다. 또 다른 작품 발라드 1번에서도 조국을 잃은 쇼팽의 마음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격정적으로 흐르는 울림에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편 스메타나(1824~84)는 현재 체코로 알려진 보헤미아 출신이다. 수 세기 동안 보헤미아는 오스트리아의 한 주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풍부한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단지 그 문화는 이탈리아와 독일 중심이었고 수도 프라하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독일어나 이탈리아어 오페라가 주인공이었다. 외국 주도의 판을 흔들기 위해 1860년대 체코 국립극장이 건립됐고 체코 귀족들은 민족주의적인 오페라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스메타나는 의도적으로 서구 전통 오페라 양식을 배제하고 체코의 민속적인 춤과 리듬을 사용해 체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오페라를 생산했다.
특히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은 6곡으로 이루어져 각각 체코의 자연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교향시가 2번 몰다우(Moldau)다. 체코 시골지방을 굽이굽이 흘러 프라하를 지나가는 강을 묘사한 몰다우는 실제 강을 보지 않아도 장엄한 음색과 장대한 규모로 몰다우강이 어떻게 흘러 들어가는지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걸작이다. 스메타나는 음악으로 체코를 알린 진정한 애국자다.
작곡가 시벨리우스(1865~1957) 역시 핀란드를 열렬히 사랑한 애국자다.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문화적으로 수 세기 동안 핀란드를 지배했던 스웨덴의 영향으로 시벨리우스도 어릴 때부터 스웨덴어로 말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후 다시 핀란드어를 배웠고 이름도 스웨덴 이름 요한에서 장으로 바꿨다. 핀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음악을 떠올리곤 했던 시벨리우스는 특별히 핀란드 민족서사시에 큰 관심을 갖고 탐구해나갔다. 특히 교향시 핀란디아는 호수와 숲이 많은 핀란드를 그리며 독립 정신을 일깨운 작품이다. 제 2의 핀란드 국가로 사랑받고 있다.
창작 활동을 통해 애국심을 일깨우거나 민족정신을 고양하는 역할을 해낸 음악가들!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진정한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삶과 예술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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