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녹취록에서 A씨는 "동물을 너무 사랑하면 돈이 안 된다"고 말했다. 햄스터를 4000원에 구매했다고 밝히며 "동물이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다"라고도 했다. 오로지 그가 돈으로만 생명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회 수가 잘 나오면 그만인 유튜버들의 행태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운영자 A씨가 졸업 후 수의사가 될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실험 등이 벌어지는 등 교육계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대학 징계 규정으로는 이들을 처벌할 사유도 애매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갑수목장 사태와 관련해선 A씨 소속 대학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한 점이다.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직업윤리'를 가르쳐왔는지 되돌아봤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료인의 윤리강령이듯 직업마다 각각의 규범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윤리라는 말을 자체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킬 거 다 지키면서 어떻게 돈을 버냐는 인식이 만연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직업윤리를 준수 여부는 개인을 넘어 조직의 흥망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일명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승리가 속해 있던 YG엔터테인먼트가 이미지가 크게 실추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같은 업계에서도 연습생 시절부터 예절이나 생활 태도 등을 가르치는 곳은 탈선하는 경우가 훨씬 적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교육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고 볼 수 있겠다.
날이 갈수록 직업윤리는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가 하나로 촘촘하고도 빠르게 연결되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윤리 경영을 선포하는 건 단순한 양심 문제가 아닌 기업으로 성장하고 존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A씨 소속 대학 진상조사위는 지난달 1차 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한 상태라고 한다. 향후 진위 여부가 밝혀지는 대로 A씨 대상으로 징계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로 대학가에서 수의대 등에 대해 동물보호와 생명과 관련된 윤리 교육을 강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결국 교육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바로 서고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지는 선순환 효과가 또 한번 교육에서 비롯되길 희망한다. 전유진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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