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내포본부 차장 |
평소 근면 성실한 이씨는 10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씨가 취업한 곳은 대전지역의 한 중소기업으로 초기에는 월 150만원 가량 받았지만, 연차가 쌓여 현재 월급은 250만원이다. 내 집 장만이 꿈이었던 이씨는 각종 모임에 나가는 횟수를 줄이고, 짠돌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다달이 100만원씩 저축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적금 만기일이 돌아오자, 이씨는 1억2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아닌 공무원 시험 준비를 선택했다. 평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던 김씨는 표면상으로 '공시생'이었을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렇게 5년간 가짜 신분(?)으로 버텨왔지만,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지역의 한 업체에 취업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밤늦게까지 음주를 즐겼고, 술 마신 다음날이면 지각과 무단결근은 일쑤였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퇴직과 재취업을 반복했고, 당연히도 수중에 모은 돈은 없었다. 김씨의 부모는 '우리 아들 장가라도 보내려면 집이라도 있어야 겠다'며 대전 모처에 3억원가량 되는 아파트를 김씨의 명의로 돌렸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이씨와 김씨가 40세가 된 지금,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씨는 3년간 악착같이 4000여 만원을 더 모아 총 자산이 1억7000만원이 됐다. 모은 돈으로 적은 평수지만 전셋집을 구했고, 늦었지만 사내 연애로 결혼도 해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런 이씨가 요즘 내 집 없는 설움을 겪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 시세가 올랐다며 보증금 1억원을 올려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씨는 성실히 직장 생활을 했고, 선을 봐 가정도 꾸렸다. 그러던 와중에 뜻밖의 호재가 있었다. 바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아파트 시세가 3년새 두 배로 껑충 뛴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 김씨는 싱글벙글이다.
결국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명확하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면 해결될 일이다. 보유세를 늘리면 다주택을 소유한 임대인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을 처분하게 될 것이고, 집값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통해 치솟는 부동산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법이 시행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더 근본적인 보유세 강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조세저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길이라고 해서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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