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묵은 물건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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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묵은 물건을 정리하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0-10-06 18:58
  • 신문게재 2020-10-07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장
매일 쏟아지는 여러 가지 뉴스들을 듣다 보면 정신이 산란하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매일 뉴스를 찾아 보게 되는 것은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 세상일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 아닌가 싶다. 큰 관계가 없는데도 궁금하고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같은 압박감도 작용할 것이다. 뉴스라는 말은 새로운 소식이라는 뜻인데 사실 새로운 것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같다.

뉴스 뿐이 아니다. 지난 달에는 그동안 집에 있는 묵은 짐들을 정리하고 청소도 하려고 대대적인 집안 정리를 했다. 한 집에서만 25년을 넘게 살았으니 여러 가지 묵은 짐들도 많고 쓰지 않는 가구하며 잡동사니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버려도 버려도 끝나지 않을 듯 수많은 것들이 집안 구석 구석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버려야 할지 가지고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들은 모두 내어 놓자고 마음먹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혹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가구, 옷, 가전제품, 책 등에서부터 캠핑용품, 그릇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물건들이 나오는 것이다. 거의 3주에 걸쳐서 이것 저것 내어 놓으니 앞집 사는 분이 이사가느냐고 물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건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당장 검박하게 지내고 싶어서 모든 물건들을 지나치게 정리하고 지내면 보기에 개운하지만 필요할 때 아쉬운 일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버리지 않고 언젠가는 쓸 것같아 쌓아 두고 있는 물건들이 여러 가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가 중요한 일인 듯싶다. 이것은 구체적으로는 '필요한 만큼' 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같다. '필요한 만큼'의 원칙은 그림을 그릴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요 이상의 붓칠은 사실 작품을 풍부하게 만들기 보다는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쉽다. 감정의 과잉보다는 절제가 작품을 호소력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은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절제는 오히려 작품의 감성을 메마르게 하기도 해서 딱딱한 그림이 되기 쉽다. 그래서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감성이나 느낌을 드러내는데 적극적 표현과 절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표현과 절제의 균형을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붙들고 있던 물건들을 일정한 주기로 정리하고 폐기해서 주변을 가볍게 하듯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주기적인 자기 점검을 통해 과잉과 절제의 주기적인 조정을 통해 균형감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일일 듯싶다.

예술 사조의 변화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규범과 절제가 강조되는 고전적인 경향이 일정 기간 유지되면 표현과 감성을 중시하는 낭만적 경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대립적인 사조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교차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전주의로 불리는 르네상스 다움에는 낭만적 표현을 강조하는 바로크, 로코코가 이어지고 다시 신고전주의로 회귀하고, 낭만주의와 자연주의를 거쳐 다시 사실주의로, 이는 다시 후기 인상주의로 변화하면서 절제와 풍부한 표현을 강조하는 사조들이 일정 기간 교차 반복하는 현상을 보인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 자체가 어떤 원리를 통해 자연스러운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같다. 집안의 묵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그림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나아가 우리 사회나 개인의 일상생활이든 공통된 덕목이라는 것이 있다면 항상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되 절제의 과정을 거쳐서 균형있는 생각과 태도를 가지려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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