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세상에 공짜 노동은 없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세상에 공짜 노동은 없다

김영록 노무사

  • 승인 2020-11-01 08:28
  • 수정 2020-11-01 08:30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영록 노무사
김영록 노무사
올해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준 반면, 택배 배송과 배달 업무는 상당히 증가해 고용 창출에 일정 부분 기여하기도 했다. 다만 그로 인해 과거에는 주목받지 않았던 택배 노동계의 어두운 면이 새로이 주목받았다. 공짜 노동으로 인한 택배 노동자의 죽음이 바로 그것인데, 과로, 생활고 등으로 인해 올해에만 십여 명의 택배 노동자가 세상을 달리했다.

특정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유사한 사유로 사망에 이르는 빈도가 높다는 건 분명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택배 배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이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택배 관련 노동조합은 공짜 노동을 그 이유로 꼽는다. 택배 노동자의 수입구조는 택배 배송 시 1건당 수수료가 책정되는데, 택배 분류작업 시에는 별도 비용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공짜 노동이라는 표현이 붙게 됐다.

택배의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가 자신이 배달할 구역의 짐을 구분해서 끄집어내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 작업을 완료해야만 택배 노동자들은 본인 담당 구역에 해당 물건을 배송할 수 있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분류작업은 택배 배송에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분류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약 평균 6~7시간에 해당하고 이것이 과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택배의 분류작업은 그날 업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된 택배를 싣고 배송을 나선다.



1일 8시간 기준 최저임금인 6만8720원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택배 노동자는 약 70건의 택배를 배송해야 한다. 택배 1건당 수수료가 800원에서 1000원 사이로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배달해야 최저임금을 벌 수 있게 된다. 택배 1개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약 10분으로 잡았을 때, 70개의 물량을 소화하려면 700분(약 11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량의 이동, 주차, 도심에서의 교통혼잡 등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며, 같은 지역에 많은 양을 배달할 때에는 줄어들 수도 있는 점은 배제하기로 한다.

추정치이긴 하나 택배 분류시간과 배송시간을 합하면 1일 최소 17~18시간을 택배 노동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5일 기준으로 환산해도 85시간이며, 6일 기준으로는 102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수치다. 근로시간은 아니지만, 아침, 점심, 저녁 시간, 사생활에 할애해야 할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1일 실제로 택배 노동자가 쉴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 거라 판단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상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21세기, 과도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공짜노동이슈가 나온다는 건 매우 참담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상대방인 택배업계의 항변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언론에서 확인되는 바에 의하면 택배 노동자들이 받는 택배 수수료에 택배 분류비용까지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가 확인된다. 다만 위에서 추측되는 것처럼 택배 노동자의 예상되는 노동시간 대비 금액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택배 분류비용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공짜 노동을 당했을 때는 갑질을 당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물류시스템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택배로 인해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그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분들에 대한 노동환경을 너무 도외시했던 건 아닌가 반성해 본다. 택배 배송비의 인상을 통해 택배 분류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택배 분류 자동화 시스템 등 물류시스템을 건강하게 구축해 택배 노동자들의 공짜 노동이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지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영록 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