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깡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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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깡패이야기

  • 승인 2020-11-18 03:11
  • 수정 2021-05-31 10:52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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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내의 생일을 맞아 집 근처에 있는 뷔페식당을 찾았다. 대전에서는 제법 유명한 뷔페식당으로 집안에 행사나 특별한 날을 기념할 때 종종 찾는 장소다. 코로나 19로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조금은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다. 양복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매장 입구에 두 줄로 늘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타났다. 청년들 중 한 명이 들어가십시오. 형님! 이라 인사했고 다른 청년들이 순서대로 '형님'을 외치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누가 보더라도 '그들'이었다. TV나 영화에서 보던 소위 '깡패' '조폭' '어깨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특이한 행동은 아내와 식사를 하는 동안 몇 번이고 반복됐다. 어깨들이 모여 있던 홀 안쪽에는 돌잔치로 보이는 뒤풀이가 진행 중이었다. 아마도 어깨 중 한 명이 잔치 주인공인 듯 보였다. 어깨들의 일사불란한 모습도 특이한 광경이었지만 주변에 다른 손님들 반응이 더 신기했다. 손님 중 누구 하나 그 모습을 보고 불안해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손님들이 없었다. 오히려 어깨들의 모습을 보며 웃거나 대놓고 '깡패들이네'라며 신기하게 바라봤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다른 손님들과 같이 응대했다. 어깨들도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형님들이 식당을 떠날 때 늘어서는 것 외에는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음식을 담으려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며 인사하고 길을 내주는 모습도 보였다. 어깨들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짧은 머리, 얼굴에 난 깊은 흉터, 험상궂은 얼굴은 영화 속 깡패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형님들이 제법 빠져나갔는지 젊은 어깨들이 늘어서며 인사하는 장면은 더는 연출되지 않았다. 이후에는 비슷한 직급으로 보이는 어깨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평소 찾았던 식당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기자가 봤던 어깨들의 모습은 경찰서에서 수갑을 차고 조사를 받거나 형사들에게 양팔을 잡힌 상태로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광경이 전부였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단정한 차림의 어깨들은 기자에게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어깨들의 활동무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유흥업계에서 세력다툼을 벌이던 이들은 최근들어 사행성 영업이나 전화 금융사기, 보험사기 등 지능형 범죄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5년간 우리 지역에서 검거된 어깨들만 1032명이 검거됐다고 한다. 조폭에 대한 이미지와 시민들의 인식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은 젊은이가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들 나름대로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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