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기본소득', 아직 시도해 보지 않는 것일 뿐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 속으로] '기본소득', 아직 시도해 보지 않는 것일 뿐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1-03-08 09:34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2020040501000513200018021
김재석 소설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나잠 히크메드 '진정한 여행' 중에서)

나는 가끔 시골집 지붕에 올라가 경사진 면에 반듯이 눕는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이 시를 읊는다. 왠지 이 시를 읊다 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가난한 몸과 마음을 가진 한 시골의 촌부에게도 말이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가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요즘, 한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성큼 다가와 버렸다. 세계 석학들이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약이라고 말하는 거로 봐서는 어쩌면 지금까지 쓰인 시나 노래보다 더 기대되는 걸작이 나올 것만 같다. 아마 AI(인공지능)가 '특이점'을 넘는 순간 'AI 셰익스피어'가 등장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검색 플랫폼인 구글(Google)은 검색엔진을 넘어 '구글 신'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듣고 있다. '뭐든지 구글에 물어봐!'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일 뿐 실제로 정보를 제공하고 올리는 것은 집단지성이다. 우리가 모두 소비자이면서 공급자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은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푼돈을 받기 위해 안달 난 이들도 있다. (물론 대박을 낸 참여자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집단 지성의 참여를 끌어낸 플랫폼 경제의 자랑스러운 주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4차 산업이 심화할수록 우리는 노동에서 소외되거나, 가난한 참여자로 전락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플랫폼 경제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택배, 배달, 유튜버, 블로거,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등 4대 보험도 보장받기 힘든 노동 환경의 참여자들이다. 왜 플랫폼 경제를 장악한 자들은 거부가 되고, 실제로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제공한 우리는 푼돈을 받고 마는가? 플랫폼 경제를 쥔 자들이 우리의 집단지성으로 빅데이터를 만들고, AI를 고도화시키고, 지능화된 로봇을 만들어 인간 노동을 대체하려는 시도에 나는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이점은 분명히 말해 두고 싶다. 이런 플랫폼 경제의 진보만큼이나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진보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혁명과는 달리 '고용 없는 성장'과 '4대 보험 없는 플랫폼 참여자' 들을 양산해 낼 것이다. 정말 풍요 속에 빈곤을 맛볼지 모른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는 모두 정치적 진보를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본 소득'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만약 이 후보가 본선까지 나간다면 차기 대선은 '기본소득이냐, 아니냐.' 하는 프레임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예전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놓고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로 옥신각신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 무상급식 수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떤 나라도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한 기본소득 논의를 차기 대선에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위의 노래를 불러도 될 것이다. '아직 더 좋은 것은 오지 않았다고….'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진보라고 말이다./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터뷰] 진성철 특허법원장 "지식재산 국경 없는 경쟁시대, 국민과 기업권리 보호"
  2. 초등 기초학력 지원 4~6학년은 '사각지대'
  3. "충남 스마트 축산단지, 갈 길 먼데…" 용역비 전액 삭감 논란
  4.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5. '초소형군집위성 1호' 24일 오전 7시 32분 발사, 임무궤도 안착하고 교신 성공
  1.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대전충청지역 종합병원 간담회
  2. 경비노동자 "대전시 고용안정 개정안 환영"…실질적인 방안 촉구
  3.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4. 표결만 4번 '충남학생인권조례' 또 다시 폐지로
  5. 대전사회복지사협회 ‘대만 사회복지현장 탐방’ 국외 연수

헤드라인 뉴스


항우연 연구자들 징계 위기… 노조·조승래 의원 “표적감사 규탄”

항우연 연구자들 징계 위기… 노조·조승래 의원 “표적감사 규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국회의원(대전 유성구갑)이 항우연 연구들에 대한 정부의 감사 처분 철회와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과 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항우연 노조)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항공우주연구원 표적·보복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9월 4일부터 올해 3월 27일까지 206일간 항우연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여 최근 결과를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감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나, 전..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류현진 100승 재도전 실패의 의미...한화이글스, 반등 가능할까

한화이글스가 최근 거듭된 악재 속 연패까지 기록하면서, 리그에서의 순위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침체한 팀 분위기 속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4월의 마지막 일정을 통해 한화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시점에서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류현진의 프로야구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 재도전의 실패다. 류현진의 100승 기록 달성은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쉽게만 보였던 도전 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4월 2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

`FC 프로 마스터즈` 26일 대전서 개막… 아시아 4개국 최강자 가린다
'FC 프로 마스터즈' 26일 대전서 개막… 아시아 4개국 최강자 가린다

한국, 중국, 태국, 베트남 총 4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대회 'FC 프로 마스터즈'가 26일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개막한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FC 프로 마스터즈'는 FC(전 FIFA 온라인 4) 리브랜딩 이후 개최되는 첫 국제대회로 28일까지 진행된다 'FC 프로 마스터즈'는 'FC 온라인' 경기와 'FC 모바일'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FC 온라인' 대회는 KT롤스터와 광동프릭스가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FC 모바일' 대회는 'SODA'와 'JOSCAR'가 경기를 치른다. KT롤스터와 광동프릭스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 한자리에 모인 대전 신기술 개발제품

  •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