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택 한밭대 교수 |
도시의 인프라보다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도심의 고밀화와 시가화된 도시공간의 확산(urban sprawl)이다. 2000년 이후 도심에 들어선 초고층빌딩의 많은 수가 주거용도의 건물이다. 법적인 규제와 기술적 효율성 때문에 15층에 묶여있던 아파트는 그 높이와 밀도가 점점 높아져 왔다. 기존 도시 내 낙후된 지역이나 단지의 재개발, 재건축보다는 외곽지역에 신도시가 개발되었다. 도시 내 주거의 공급을 확대하려는 공공의 목적과 개발사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간의 목적이 결합하여 토지가격이 저렴한 외곽의 주거단지가 도심지보다 더 높고 빽빽한 결과를 가져왔다.
도시의 양적성장과 공간적 범위의 확대는 우리 사회에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직접적으로는 통근거리가 멀어짐으로 인해 생기는 통행비용, 녹지의 파괴에 따른 환경비용이 있다. 통행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비용이다. 시간비용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최근 몇몇 스마트시티는 시간비용의 절감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한다. 농지 또는 산림의 훼손을 통한 시가화면적의 확대는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우리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도시의 발달보다 더 빠른 원도심의 쇠퇴나 도시 커뮤니티의 해체, 도시 내 사회계층 분화의 심화와 고착화 등은 우리가 지불하여야 하는 간접적인 사회비용이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패배감이나 상대적 열등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큰 비용이 될 수 있다. 도시 외곽의 신도시 개발이 계속된다면 원도심의 도시재생사업은 의미없는 행정적 투자이며 시민 역량의 투입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측면을 중시한 도시의 양적 확산은 1978년 브룬트라트 보고서가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3가지 축 가운데에서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희생하면서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은 우리나라의 도시 및 지역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출생한 인구에서 사망한 인구를 뺀 값이 0보다 작은) 자연감소를 기록하였다. 또한, 2020년 7월 수도권의 인구는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섬으로써 처음으로 비 수도권 인구를 추월하였다. 향후 인구추계는 전국 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여 지방의 인구 감소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강호지역(강원, 호남)보다야 덜하겠지만 충청지역에서도 나타날 것이며, 이에 대비한 도시 및 지역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적으로는 외곽지역의 개발을 통한 시가화지역의 확산보다는 원도심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 지나온 시간에서 축적된 공간의 잠재력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도시 가로와 건축의 맥락을 연결하는 낙후지역의 재정비, 기존 주거 및 산업공간과 연계한 혁신공간의 발굴과 조성이 요구된다.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공간적 편차를 극복하고 도시 구성원을 사회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감소를 경험한 유럽 사회는 이민자를 포용함으로써 그 위기를 극복하였다. 우리 사회도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서 문화적으로 성숙해지는 질적 전환(transformation)을 통해 소득이나 인종, 장애, 성적 지향 등이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질적인 성숙이 양적인 성장의 둔화 시대에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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