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

경주 최부잣집은 왜 빛나는가?

  • 승인 2021-04-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무엇일까? 아이의 웃음소리다. 아이는 어른처럼 가식적으로 웃지 않는다. 아이가 웃으면 엄마와 아빠까지 덩달아 행복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갈수록 아이가 줄고 있다.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을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작년보다 0.08명 감소했다. 기껏 0.84명으로 3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함과 동시에 4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출산율이 자꾸만 떨어지는 까닭은 명료하다. 갈수록 살기가 힘들고 덩달아 아이 기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 1974년만 해도, 가구 당 4.5명이나 되었다.

당시엔 아무리 가난했을망정 열심히 살면 다들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신뢰가 시나브로 붕괴한 것은, 정부가 추진한 불편한 출산장려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에 이어 "둘도 많다"며 하나만 낳으라고 선동했다. 뒤이어 가파른 물가고와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다. 물가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부동산 투기만큼은 진작부터 단속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 수수방관하다 보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중되었다. 없는 사람은 허름한 전.월세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반면, 있는 사람은 수백 채나 되는 부동산을 굴리며 불로소득에 희희낙락하고 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국가라곤 하지만 이처럼 빈부의 간극이 엄청나다 보니 당연히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살기도 팍팍한 터에(특히 서민으로선) 설상가상 '코로나19' 라는 메가톤급 충격의 폭탄이 터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실직자까지 급증했지만, 재취업은 난망의 먹구름으로 자욱하다. 이러한 때, 부동산 주무 기관인 LH 직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에게 분노의 기름을 부었다.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9급 공무원까지 재산등록을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나왔다. 부동산 업무와는 하등 관련 없고 성실하게 봉직하고 있는 애먼 공무원들의 자존심까지 뒤흔드는 자괴감을 괜스러운 덤터기로 안긴 셈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3법 시행 직전, 보유중인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 가격을 기존 8억5000만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14%나 인상해 충격을 안겼다.

이를 두고 세인들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정책실장은 전셋값을 대폭 올리면서 남들은 5% 이상 못 올리게 했다는 비판이 터졌다. 이쯤 되면 '내로남불'이 아니라 '아상타정(我上他停)'인 셈이다.

즉 나는 올려도 되지만 너는 그대로 있으라는 거다. '손자병법'에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이 돋보인다. '성(城) 중에도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져야 할 것도, 얻어야 할 것도 많다. 어떤 계획을 세워 그 목표를 공격해서 빼앗아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욕심이 과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화를 부를 수 있다.

경주
작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인 경주 최부잣집을 찾았다. 최부잣집의 여섯 가지 가훈(六訓) 중 지금도 돋보이는 것은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와 '만 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라'이다.

코로나 시절인 지금은 분명 경제적 흉년(凶年)이다. 그런데도 일부 LH 직원과 고위 공직자는 심지어 원정 부동산 투기까지 일삼았다. 경주 최부잣집의 부(富)의 견지 기초 마인드와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의 원칙까지 저버렸다.

가뜩이나 심각한 출산율을 더욱 뚝뚝 떨어뜨리게 하고 있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