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시리즈 4 -렘브란트

  • 문화
  • 공연/전시

[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시리즈 4 -렘브란트

미술사칼럼니스트 정경애

  • 승인 2021-09-16 15:43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KakaoTalk_20210916_095702709
Rembrandt 'Selfportrait with Beret and Turned-Up Collar' 1659년, 84.5x66 cm National Gallery of Art, in Washington, D.C.
르네상스에 이르면 화가의 지위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자화상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서양미술사에는 자화상의 대가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화가로 렘브란트(H. van Rembrandt, 1606~1669)일 것이다.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40여 년 동안 년이 넘도록 매년 한 점 이상을 그렸다, 그 수는 50여점의 유화를 포함 100 점이 넘는데, 이는 자화상으로는 유일무이한 일이다.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1909~2001)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두고 '인간의 마음속을 꿰뚫어 본 결정체'라고 극찬을 했다.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한 자기성찰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은 물론 자신의 과오까지도 숨김없이 표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렘브란트는 자신의 모습에 이토록 심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우렐리우스는 저서 '명상록'에서 인간이 불행에 빠지는 이유는 타인을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속 움직임을 주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렘브란트도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렘브란트는 한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승장구한 적도 있었지만, 아내와 자식과 이별하는 고통도 겼었다. 거기다 그림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그의 말년은 외로움과 궁핍함으로 너무나 가혹했다.



그러나 그는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의 내적인 모습을 발견했었고, 그 힘으로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했다. 그랬기에 그는 결코 삶을 포기하거나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림 속 그의 얼굴은 강한 붓 자국으로 물감의 층이 많이 두텁다. 그 물감의 두께가 마치 세상을 힘겹게 살아온 그의 삶의 두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참으로 담담해 보인다. 지금의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다. 세속의 모든 걸 초월하고 넘어선 달관의 경지처럼...

렘브란트 말년의 자화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보고 있으면, 성철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신의 운명이 엉망이라고 하는 믿는 한 아이가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잠간 침묵하더니 아이의 손을 잡아 당겼다. "얘야, 네 손금을 좀 보여주렴. 이것은 사업선이고 이것은 감정선이고 이것은 생명선이야. 자아 이제는 주먹을 쥐어 보렴." 아이는 주먹을 쥐고 스님을 바라보았다. "얘야, 네 감정선, 생명선, 사업선은 어디 있느냐?" "바로 제 손 안에 있지요." "그렇지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4.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5.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1.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2. 한남대 개교 68주년 'K-스타트업 밸리'로 도약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부성1동 노인회, 봄맞이 환경정화 실시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4월 21일은 과학의날] 화학연, 국가 발전 위해 설립돼 국민 위한 연구 이어가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소수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본격적인 힘 대결이 시작됐다. 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사위에서 심사가 지연 중인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 하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8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한 가운데 충청권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충남은 내렸고, 충북은 유일하게 상승했다. 다만, 수도권 등에서 상승 기조를 보이는 만큼 지역에서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 여론도 없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4월 둘째 주(15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하락 폭은 전주(-0.01%)보다 확대됐다. 집값 하락은 21주째 이어졌다. 이번 주 아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