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자주 어울려야 안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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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자주 어울려야 안 늙는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공학박사

  • 승인 2022-08-15 11:07
  • 신문게재 2022-08-16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이동구위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상대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마음이 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말도 잔잔하고, 마음이 거칠면 말도 험하다. 마음이 부드러우면 말도 부드럽고, 마음이 차가우면 말도 차갑다. 누군가에게 말할 때는 그 사람 옆에 내 마음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말이 부드러워진다.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선 좋은 마음을 품어야 한다. 좋은 마음이 좋은 말을 낳고, 좋은 말이 좋은 그림을 그린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그러면 유창한 표현보다 내 마음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

당신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오래 묵은 된장 같은 친구가 꼭 필요하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 과거에는 오랜 기간 우정을 쌓은 중고교 때 친구라 생각했다. 필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반창회 모임을 하고 있다. 중3과 고3 때 같은 반 친구들 모임이다. 지금은 주로 온라인에서 안부를 확인하는 인창중학교 3학년 6반 벗들과의 40년 관계는 불가사의하다. 1976년에 졸업한 중동고등학교 69회 3학년 5반 20여 명의 우정은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 어찌 소중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Out of sight, Out of mind'라 하지 않던가. 서울에서 중고교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대전과 울산 등 지방에서 멀리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 등 요즘 같은 시기에 반창회를 열기란 여간 녹록지 않다. 지금은 곁에서 자주 보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벗이다. 진심이 통한다면, 나이도 성별도 문제가 안 된다. 나 같은 경우엔 젊은 벗들에게서 에너지를 받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다. 최근 5년간 1주일에 한 번씩 빠짐없이 공부하고 교류하는 울산대 산업대학원 테크노CEO 과정이 내 마음을 순화시켜 줘 감사할 따름이다.

모임에 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 "이 친구 많이 늙었네." 속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상대방도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기야 세월이 흘렀으니 늙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늙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젊게 지내고 밝게 보이며 활기차게 사는 게 좋다. 오죽했으면 "오늘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나이가 들어가는 신호 같아서 헛웃음이 나온다.



어찌 됐건 오랜만에 본 사람이 늙어 보이는 거로 봐서는, '자주 보면 안 늙는다.'라는 명제가 성립될 수도 있겠다. 일본 도쿄대 노화연구소가 도쿄 주변에 사는 65세 이상 인구 5만 명을 대상으로 혼자 운동한 그룹과 운동은 안 해도 남과 어울린 그룹 중 나중에 누가 덜 늙었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나 홀로 운동파의 노쇠 위험이 3배 더 컸다. 물론 운동하면 좋지만, 안 해도 남과 어울려 다닌 사람이 더 튼튼했다는 얘기다. 어울리면 돌아다니게 되고, 우울증도 없어지고 활기차게 보이기 마련이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는 도시에 사는 고령자 2427명을 대상으로 외출 건수와 사회적 교류 정도를 조사했다. 매일 한 번 이상 집 밖을 나서면 외출족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친구나 지인과 만나거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 교류족으로 분류했다. 그러고는 4년 후 이들의 신체 활력과 자립도를 비교했다. 당연히 외출과 교류, 두 가지 다 실행한 사람의 점수가 가장 좋았다. 외출과 교류만 비교했을 때는 교류족이 외출족보다 신체 활력이 좋았다. 결국, 외로이 홀로 외출하거나 등산을 다닌 것보다는 사람을 만나 수다 떠는 게 나았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일본에서는 노쇠를 측정하는 지표에 "일주일에 몇 번 남과 어울립니까?"라는 질문이 꼭 들어있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어도,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집에 혼자 있는 사람이 꽤 많다. 그러면 빨리 늙는다. 코로나 방역지침은 잘 지키면서, 어떻게든 친구나 지인들과 자주 만나 어울리며 떠들어야 한다. 그래야 안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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