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위기 속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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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위기 속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이 되려면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링크 3.0단장·인사관리학회장

  • 승인 2023-02-06 11:01
  • 수정 2023-02-10 09:37
  • 신문게재 2023-02-07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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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링크 3.0단장·인사관리학회장.
대학이 지역 혁신의 원동력이자 지역발전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 대학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로 귀결된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충원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시 지원자 '0명' 인 대학이 14개, 학과는 26개, 모두 지방이고 21곳(81%)이 영호남 지역이었다. 26개 학과 중 인문계열 학과가 16곳이며, 자연계열에서는 에너지, 건축 관련 학과도 포함됐다. 정시모집에서 지원자 0명인 학과는 해를 거듭하며 증가하는데 그 심각성이 크다. 정시 지원자 '0명’ 학과 수는 2020년 3개, 2021년 5개, 2022년 23개, 올해는 26개 학과로 크게 늘었다. 4년 전과 비교해 8배나 넘는 수준이다.

학생 충원에 대한 고민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코로나와 경제침체 가운데 고등교육의 가치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학생의 충원율이 2019년에 비해 5% 정도 하락했다. 펜실베니아주의 경우 공립대학의 등록률은 12%, 커뮤니티 칼리지의 경우 23%나 하락했다. 그 결과 펜실베니아 인디아나대학(IUP)의 경우 해고를 통해 직원 감축, 일부 단과대학 통합, 몇몇 과목의 폐강, 여러 프로그램의 재구조화가 시행됐다. 레이저로 초점을 둔 것 같은 학생 모집과 유지 전략도 실행 중이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과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 1위'로 연속해 손꼽힌 곳이 아리조나주립대(ASU)와 일론 대학교(Elon University)다. 지난달 방문한 ASU는 14만 3000명(캠퍼스 8만, 디지털 6.2만)명의 최대 규모 대학으로 온라인 등록 학생 수가 9년간 약 5만 명이나 늘었다. 또 다른 하나는 노스캐롤라이나 소도시에 있는 6천 명 규모의 리버럴 아츠 대학이다. 두 대학의 혁신적인 변환 속에 변혁적 리더십과 구성원의 학생 몰입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학생과의 관계지향 교육(relationship-driven education)도 인상적이다. 일론 대학의 '칼리지 커피'(college coffee)는 매주 화요일 아침 40분간 학생과 교직원이 어우러져 함께하는 오랜 전통의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대학문화를 잘 보여준다.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라는 챈들러의 명언이 떠오른다. 대학위기에 대한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자체와 기업, 대학과의 선순환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 정부의 공약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제'(RISE) 정책의 성공 또한 지자체의 고등교육 흡수능력과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할 구조에 달려있다. 대학과 협업할 지자체의 조직, 인사, 예산, 투자 여력, 가치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이미 수년간 지자체와 대학,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특정' 분야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 공급하는 정책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egional Innovation System, RIS)의 실행 어려움을 경험했다. 현재 76개 대학이 진행 중인 전교적 차원의 산학연협력선도대학(LINC 3.0) 사업은 처음 목표대로 흔들림 없이 기업가적 문화로 정착시키고 양성된 인재가 지역기업으로 이동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포브스(Forbes) 지가 지난달 발표한 4가지 고등교육 희망이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첫째, 랭킹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 대신 자신의 미션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남과의 경쟁이 아닌 가운데 자신과 비교해 더 나은 경쟁력과 진정한 임팩트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지역 내 대학 모두가 승자가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연구중심대학은 그 실제 임팩트와 연구비투입 대비 성과를 제시해 국민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둘째, 지역과 주민과의 진정한 연대와 몰입이다. 셋째, 힘든 결정이지만 대학이 주변만 개혁하지 말고, 과감히 핵심을 바꾸고, 타전공과 적극 융합, 연계하는 것이다. 희생과 만족을 결합한 만희(滿犧, satisficing)의 법칙을 생각해야 한다. 넷째, 대학 스스로 국가의 고민을 해결하고, 치유하며 포용적 사고와 함께 자유로운 질문과 탐구의 역할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대학이 정치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 대학 구성원도 이제 자신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학협력이 어떤 '리얼 임팩트'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링크 3.0단장·인사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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