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2018-11-07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미역국에 넣는 고기는 소고기나 닭고기 정도다. 내가 어릴 적엔 집집마다 돼지며 소, 닭 등 가축을 키웠다. 닭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먹거나 볍씨, 싸라기를 먹으며 컸다. 이렇게 자란 닭을 잡아 미역과 함께 끓이면 둘이 먹다 하나가..
2018-10-17
지역마다 향토음식이란 게 있다. 전주비빔밥, 병천순대국밥, 안동찜닭, 구즉묵밥, 강릉초당두부, 부산 돼지국밥. 그 지역에 가서 먹어보면 과히 실망하지 않는다. 괜히 소문난 게 아니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은 전국 어디서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향토음..
2018-09-26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청명한 계절에 맞는 한가위. 낼 모레면 50 중반을 바라보는데도 명절만 되면 아직도 설렌다. '이쁜이 꽃분이 모두 다 반겨주는데~'.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한달음 달린다. 뭐 기혼여성들은 머리 깨나 아프겠지만 말이다. 집 떠나 객지생활..
2018-07-20
나는 수박을 먹는다. 체질상 추위를 많이 타는 이유로 겨울은 딱 질색이다. 나에게 겨울은 그야말로 인고의 계절이다. 하여 여름이 오면 내 세상인 셈이다. 옷 입기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수박이 나오는 계절 아닌가. 참외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굳이 찾지 않는데 수박이라면 사..
2018-05-04
난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다. 싫은 것도 많지만 좋은 것 또한 많다. 난 떡을 아주 좋아한다. 냉장고 냉동실엔 늘 떡이 쌓여 있다. 팥떡, 콩떡, 영양떡 등. 때때로 전문 떡집에 한 박스 주문해 냉동실에 넣어 두고 아침 식사용으로 먹거나 산에 갈 때 몇 개씩 싸 갖..
2018-03-23
일요일 퇴근 길 용두시장 주택가를 지나다 정겨운 장면을 만났다. 대문 앞에서 아주머니가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탄성을 지르며 발걸음을 멈췄다. 지칭개라는 봄나물이었다. 풍년초도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나물을 뒤적이면서 어디서 뜯었냐고 물..
2018-02-15
추위를 많이 타는 겨울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좋은 것도 있다. 펑펑 날리는 눈과 떡국. 뭐 요즘에는 사시사철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언제든지 떡국떡을 사다 해먹을 수 있다. 허나 떡국은 온전히 겨울에 먹어야 맛있다. 먹는 거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식탐이 많지만..
2018-02-09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여자 못지 않게 먹는 걸 좋아했다. 먹는 것과 키스는 입과 관련돼 있으니 식욕과 성욕은 통한다는 얘기가 괜한 말은 아닌 듯 싶다. 입술과 혀와 목젖을 건드리며 그 무엇이 넘어가는 통로인 목구멍은 음식을 먹고 삼키고 혹은 빨고 핥는 행위를 목적..
2017-12-15
저번에 금산 갔다 오다 드디어 발견했다. 버스 타고 지나다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닭계장'(맞춤법상 닭개장이 맞다)이라고 쓰인 간판이 얼핏 눈에 뜨였다. 깜박깜박 졸다가 잠이 확 달아났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이렇게 얘기하면 닭개장 못 먹고 죽은 조상..
2017-11-10
춘향? 춘양? 춘양(春陽)이었다. 춘양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 어둑어둑한 가을의 춘양에서는 봄볕(春陽)은 온데간데 없고 골 깊은 찬 기온이 옷섶을 파고들었다. 하긴 봉화 어디엔가 이몽룡의 생가가 있다고 하니 춘양이란 지명이 뜬금없어 보이진 않는다. 10월의 마지막 밤..
2017-10-19
세상에서 제일 값싸고 맛있는 게 김밥이다. 김밥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무얼 넣느냐에 따라 색다른 맛을 연출할 수 있다. 요즘은 럭셔리한 김밥도 나온다. 한우 불고기가 들어가기도 하고 캐비어를 넣기도 한다. 싱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에서는 방송인 솔비가..
2017-07-20
“모히또 한 잔 할래?” 응? 모히또? “마셔봐, 너도 반할거야.” 그렇게 나의 모히또 입문은 시작됐다. 여름이 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모히또가 생각난다. 카페 창가에 앉아 여름 한낮의 이글거리는 땡볕이 내리쬐는 바깥풍경을 바라보며, 모히또를 마시는 느긋..
2017-06-22
명절 연휴가 끝나고 대전으로 돌아올 때 내 손엔 짐이 한보따리다. 엄마가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주기 때문이다. 떡, 각종 전과 반찬, 고기 그리고 과일까지. 일주일치 먹을 식량이다. 지난 설엔 고사리볶음과 더덕무침, 숙주나물을 넉넉히 가져와서 부지런히 먹어치우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