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 승인 2019-01-22 14:48
  • 신문게재 2019-01-23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저자가 인턴으로 응급실이나 병동에 근무할 때 동료 인턴의 무용담을 당직실에서 나눈다. 온몸에 문신을 한 조직 폭력배 같은 환자가 술이 취해서 싸우다 소독만 해도 될 정도로 손 이 다쳐서 한 밤중에 응급실에 찾아와서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으며 소리지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의사는 인턴 혼자 근무하고, 간호사 2명이 전부인 응급실에서 남자인 인턴이 우선 최전방에 나서서 진압을 해야 한다. 손을 들은 무기는 도움이 안되는 청진기 밖에 없고, 몇 마디 설명과 설득을 하다가 안되어… "너 XXX알아? 내 친구인데 전화한 번 받아 볼래?" 그 한마디에 난동을 피우던 환자는 순한 양이 되어 순순히 소독치료 만 받고 집으로 갔다고 한다.

소설 같은 무용담이지만 근래의 응급실 및 병원의 현실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지난 해 12월 31일 정신과 환자를 진료하던 강북삼성병원 임세원교수는 환자가 가지고 온 칼날에 무참하게 살해되어 수술도중 사망했다. 종합병원 내에서 심한 좌상으로 흉복부 출혈이 발생했고, 가능한 빨리 심폐소생술과 응급수술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치료가 전혀 소용이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무수히 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말 故 임세원 교수 사망 건까지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은 확인된 사안만 총 4건이다. 비뇨기과 2명 등이 칼에 찔려서 사망했고, 이런 부상을 당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비슷한 경험이 병원 진료실이나 응급실 외에서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일어난다. 대로변 인도에서 컷터 칼을 가지고 싸움을 하고, 칼을 들고 난동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관까지 살해하는 일도 있다. 경찰관 피습부상 과거 5년 동안 2,517 건, 피습사망은 3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2017년 살인범죄는 858건, 강도는 990건, 성폭력은 32,824건, 폭행/상해는 215,717건 등이 발생하였다.

독자 여러분이 칼과 같은 흉기에 살인이나 폭행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고, 과연 그 방법으로 나와 내 가족, 동료의 생명과 신체를 지킬 수 있을까?

다시 2018년 12월 31일 오후 5시 경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외래로 돌아가 보자. 1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환자가 칼을 들고 진료하는 의사를 해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뒤에 남는 상황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바로 도망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병원 내 경비인력을 호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경비인력이 달려오더라도 최소 5분에서 10분이 걸리고 설사 더 빨리 온다고 하더라도, 청원경찰이나 경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분사기와 방검복 무장이 전부여서 무협영화에서처럼 무술을 진압을 하거나 의료진 대신 칼에 찔리는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도 관련법상 총기무장을 할 수 있는 청원경찰이 상주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의료기관에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은 112 신고로 경찰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이는 응급 상황에서 병원까지 도착 시간과 대부분의 경찰관이 거의 무기 없는 상태로 출동하는 것으로 고려하면, 이는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현실에서도 출동한 경찰관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고 임세원교수는 피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대피를 걱정하여 주춤하는 사이에 무참하게 칼에 찔려서 사망했다. 결론은 칼을 들고 나와 가족을 살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다. 여차하면 도망가거나 내가 항상 방검복과 칼, 가스총 등으로 무장하는 수 밖에 없다.

민간이 총기를 자유로이 소지하지 않는 나라에서 경찰관이, 의사가 칼에 찔려서 사망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칼을 든 폭력배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이 맨손에 가까운 무장으로 이들을 막아야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국민의 생명과 국가 이익을 외국의 무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대가 있고,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경찰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인 치안 상황이다.

제네바 협약에 의하면 전쟁 중 적군이라도 의무병, 군의관 등은 공격해선 안된다. 군의관은 호신용 무기 외의 어떠한 살상 무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자신이 지닌 무기는 적이 자신과 자신이 보호해야 할 환자를 공격하려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전쟁 중에도 병원은 가장 안전이 보장되고, 적군도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반사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병원은 가장 안전한, 아기의 보람 같은 곳이어야 함에도 병원 속의 의사가 생명 위협을 느끼거나,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회와 나라는 패전 직전 상황과 다름 없다.

고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빌면서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경찰 자신의 생명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망 20일 뒤 발견된 모자 왜?…사회 단절된 채 수개월 생활고
  2.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이어 이번엔 극우 교원단체 '대한교조' 홍보 배정 논란
  3. 저스티스 유한 법무법인 첫 전환…전문성·법률서비스 강화
  4.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 외국인 관광객 유치 특례 추가
  5. 의대생 전원 돌아온다지만... 지역 의대 학사운영·형평성 논란 등 과제
  1. 유성선병원 대강당의 공연장 활용 의료계 의견 분분…"지역 밀착형vs감염병 취약"
  2. ‘민생회복지원금 21일부터 사용 가능합니다’
  3. 전재수 "해수부, 세종보다 부산이 더 효과" 발언에 충청권 '발끈'
  4. 대전.충남 행정통합 결실 위해선 초당적 협력 시급
  5. 지질자원연 탐해3호 서태평양 출항, 해저 희토류 정밀 탐사 시작

헤드라인 뉴스


정부세종청사 첫 국무회의 언제?…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정부세종청사 첫 국무회의 언제?…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오는 8월 청와대의 대국민 개방 종료와 함께 이재명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시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새 정부 로드맵에 따라 7월 말 일단 문을 닫는다. 2022년 5월 첫 개방 이후 약 3년 만의 폐쇄 수순이다. 빠르면 9월경 종합 보안 안전과 시설물 등의 점검 과정을 거친 뒤 대통령실의 심장부로 다시 거듭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정 운영을 시작할 시점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다시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중앙권력의 중심부로 돌아오는 과정이나 우려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수도권 초집중·과밀을 되레 가속..

이번엔 스포츠다!… 대전시 `스포츠 꿈돌이` 첫 공개
이번엔 스포츠다!… 대전시 '스포츠 꿈돌이' 첫 공개

대전시가 지역 대학생들과 협업해 새롭게 탄생시킨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를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오는 17일까지 대전시청 1층 로비에서 '2025 꿈씨패밀리 스포츠디자인 산학협력 프로젝트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전시 대표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꿈씨패밀리'를 스포츠 테마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한남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와 목원대학교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재학생 38명이 참여해 지난 한 학기 동안 완성한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캐릭터별 등신대, 티셔츠·선캡 등 굿즈, 그리..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임송자 화백… 특별상 김은희, 정의철 작가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임송자 화백… 특별상 김은희, 정의철 작가

충청을 대표하는 미술상인 제23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임송자 화백이 선정됐다. 이동훈기념사업회는 15일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제23회 이동훈미술상 수상 작가 심사 결과, 본상에 임송자 화백, 특별상에 김은희, 정의철 작가를 각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동훈 미술상은 대전·충청 미술의 토대를 다진 고 이동훈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2003년 제정됐다. 대전시와 이동훈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며, 중도일보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한다. 본상은 한국 근·현대미술에 큰 업적을 남긴 원로 작가에게, 특별상은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완성…충청 새 미래 열린다

  • 요란한 장맛비 요란한 장맛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