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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광 원장 |
그리고 75년이 흐른 2025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의 연구진은 AI 모델, GPT-4.5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인간 및 AI 모델과 각각 5분간 대화를 나눈 후 어느 쪽이 인간인지를 평가했는데, GPT-4.5는 73%의 확률로 인간이라 평가되었다. 이는 실제 인간 참가자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이 실험 결과는 AI가 단순한 언어 생성 능력을 넘어,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까지 모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튜링 테스트는 언어 기반 인간 유사성으로 지능의 일부 측면만을 평가하므로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인간 수준의 지능과 의식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 수준의 지능, 즉 인간처럼 폭넓은 지식과 상황에 맞는 판단력을 갖춘 범용 인공지능(AGI)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언어, 시각, 수학, 사회적 상호작용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성과 새로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자기 학습 능력, 맥락을 이해해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AGI로 정의한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AGI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AI와 로봇의 결합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AGI의 발전이 결국 신체를 가진 AI로 귀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언어, 시각 인식, 추론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AI에 비해 로봇은 아직 운동제어, 감지 센서, 에너지 효율성 등 물리적 한계가 많다. 신체를 지닌 AGI의 도래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다양한 예측이 존재한다.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2030년대 초까지는 이러한 AGI가 실현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중립적이거나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AGI의 실현에 10년~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듯 AGI 구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성형 AI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를 계기로 다양한 AI 모델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까지 생성하며 사람과 AI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AI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등 여러 혁신기술과 통합돼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한 약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25년 1월 다보스 포럼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지금은 AI를 기반으로 한 지능화 시대(intelligent Age)'라고 정의했다.
한편, 인류 문명사에서 불과 도구를 먼저 사용한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생존과 번식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가졌다. 'AI 지능화 시대'에서 인공지능은 인류 진화에서 불과 도구가 했던 역할보다 더 결정적일 것이 분명하다. 불과 도구는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왔으나, AI는 급격하게 사람들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어서 더 빨리 활용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 판교는 생성형 AI 활용 코딩 도구의 확산으로 코딩 개발자의 고용 쇼크가 일어나 떨고 있다고 한다. AI 기술은 이제 특정 기업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지식, 판단, 창의성, 협업 능력의 증강 도구이다. 앞으로는 AI에게 자기 뜻을 정확하게 지시하는 AI 활용 역량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 될 것이다. 개인은 AI 작동법을 이해하고 원하는 일을 AI에 시킬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기업과 연구기관은 AI를 먼저 도입해야 업무 속도와 정밀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의사결정과 혁신 속도가 가속화되어 비용 절감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AI로 무장한 신인류와 힘들게 싸우려 하기보다는 AI를 더 빨리 활용해 우리가 신인류로 진화하자.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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