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고, 부모님의 속을 태운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학생, 학부모와 함께 진지하게 상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학생은 그동안 부모님이 어려워 말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을 이야기했다.
학생, 학부모와 함께 몇 차례 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 이후 학생의 생활태도가 서서히 변화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게 됐다.
교육현장과 사회생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겪자 학생들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것 같다. 나로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세상은 눈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것과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실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체험하는 것과 상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다.
세상 사람들은 외모도 다르고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자라온 환경과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성격이 형성되고 변하기도 한다. 저마다 지닌 개성과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행동의 결과를 두고 판단하지 말고, 자기중심의 굳어진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내면에 숨겨 있는 의미와 이유를 찾아내고 공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과 갈등해결능력을 기르고, 편협성에서 벗어나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현대사회는 크고 작은 갈등과 마찰이 상존하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경쟁이 각박한 분위기를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사회적으로 인성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사회적으로 청소년 범죄 및 충동적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현실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개인-대인관계-공동체 차원의 연결선 상에서 자기관리역량, 심미적·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갈등관리역량, 공동체 역량을 균형 있게 학습 돼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 인성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고 따뜻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다투거나 상처를 주는 일이 사라지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서로 돕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함께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모두 함께 희망을 노래하며 행복한 사회를 활짝 열어가자.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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