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 오프로드 下] 100마리 판다와 코를 찌르는 술 '수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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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 오프로드 下] 100마리 판다와 코를 찌르는 술 '수정방'

  • 승인 2019-04-26 01:00
  • 박솔이 기자박솔이 기자

-에서 이어집니다.

 

#5. 판다와 보내는 나른한 일상

 

다사다난했던 중국 청두에서의 일정도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찾은 판다 테마파크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중국의 상징으로 꼽히는 동물 판다의 고향은 사천성이다. 그 중에서도 청두는 주변에 많은 산들과 대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판다가 서식하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 100마리의 판다를 사육 중인 청두 판다 테마파크는 중국인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세계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판다와 래서판다를 자연의 서식환경과 흡사하게 체계적으로 관리, 보호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자연 상태에서의 판다를 보여주는데 최적화 된 곳이다.

 

팬더 입구
중국 청두 판다 테마파크로 향하는 입구에는 판다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다. 큰 판다부터 작은 판다까지 형형색색의 캐릭터 조형물을 만들어놔 볼거리를 제공한다.

 

 

테마파크 안에서 생소했던 점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원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관람객 이동차량과 먹이운반 차량은 경적 대신 악기를 사용했다. 판다에게 예민할 수 있는 기계음 대신에 최대한 자연에서 발생하는 유사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관리하고 있었다. 

 

공작
중국 청두 판다 테마파크에는 판다 뿐만 아니라 공작새와 같은 조류들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큰 말소리에도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자유로히 우리 안을 거닐고 있다.


공작새와 같은 새들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등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높은 벽을 세워두고 철조망 안에 가둬 놓았던 한국식 동물원과 달랐다. 울타리를 낮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교감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환경을 마련했다. 테마파크 내에 기념품 가게에서 지붕 위로 공작새 암컷이 자유롭게 노니는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테마파크라는 거대한 우리 안에서 최소한의 스트레스를 받게 하려는 배려였다.

 

우거진 대나무 숲을 얼마나 더 걸었을까. 드디어 만난 판다는 귀차니즘의 표본이었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해 끙끙대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뚝이를 생각나게 했다. 녀석 주위에는 나무에 매달아놓은 먹이주머니에서 꺼낸 대나무로 가득했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배를 문지르며 멍 때리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팬더 최종
중국 청두 판다 테마파크의 주인공인 판다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을 자며 보낸다고 한다. 나무를 올라타는 습성을 가진 판다는 나무에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한다. 나뭇잎에 절묘하게 몸을 가린 은둔 판다도 볼 수 있다.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는 판다. 그 말을 입증하듯 녀석들은 나무 위에 빨래처럼 널려 있거나 발라당 뒤집어 뒹굴 거리는 등 나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대를 잘 맞춰야만 먹이를 먹거나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숨바꼭질 하듯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자는 녀석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하는 녀석들이 어떻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다.

  

S
중국 청두 판다 테마파크에는 대나무와 큰 키의 나무들이 그늘길을 만들어 준다. 회색도시를 떠나 녹음에 취할 것만 같은 길은 중국의 미세먼지도 잊게 한다.
나른한 판다들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서의 무거웠던 짐들을 덜어내는 을 느낄 수 있었다. 맑은 공기는 덤이요, 귀여운 녀석들의 재롱잔치를 보고 있자니 그 이상의 힐링은 없었다.

 

 

 

 

 

 

 

 

 

 

 

 

 

 

 

 

 

 

 

 

 

 

 #6. 중국 전통주, 이런 냄새 처음이야

  

수정방 외관
중국 청두에 위치한 '수정방 박물관' 초입 외관

 

중국 현지에서 만난 전통주는 고량주 그 이상이었다. 전통 술 양조 공장인 수정방 박물관은 그 자체가 문화재였다. 옛 양조방식으로 태어나는 전통주 수정방’. 사람의 손길을 거쳐 수십 시간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술이라고 한다. 박물관 근처부터 풍겨오는 술 냄새에 동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술의 제조현장을 올곧이 견학할 수 있는 곳으로 엄격한 관람 제한과 시간, 인원을 통제했다.

 

술 무덤
중국 청두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주 '수정방' 제조 과정의 첫 번째인 발효실을 만날 수 있다. 무덤처럼 생긴 흙더미 안에서 술을 발효시키고 있다.

 

전통기법으로 술을 빚어내는 곳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악취에 가까운 술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청국장이 만들어지는 곳을 가면 이 기분일까. 술 제조 과정의 첫 번째. 발효였다. 거대한 흙더미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높낮이가 다 달랐다. 술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흙이 촉촉해지고 거품이 발생하는데 흙 위로 거품이 올라올 때 흙을 다시 덮어준다. 흙을 층층이 덮어 일정한 높이가 될 때까지 반복한다고 한다.

  

술제조 최종
중국 청두 지역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주 '수정방'의 제조 과정 중 발효가 끝나면 작업자들이 커다란 솥에 발효시킨 것을 열처리 한다.

 

발효과정을 거치면 사람들의 손을 타기 시작한다. 양조장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삽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퍼서 옮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전 단계에서 본 발효된 것을 뜨거운 증기로 삶아 술로 만들고 있었다. 삽으로 열심히 발효된 더미를 옮기는 작업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코를 점점 더 자극하는 냄새로 취할 듯 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커다란 술독에 담아 다시 발효과정을 거쳐 맑은 수정방으로 만날 수 있다.

 

 

비교
왼쪽부터 중국 전통주 수정방과 수정방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6만5999위안(한화 약 1138만9천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장 비싼 술.

관람이 끝나면 수정방을 시음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1번과 2번으로 적힌 작은 유리잔. 어떤 차이인지 모르고 시음하는 순간 목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1, 그보다 월등히 높은 2. 동료들이 2번을 마신 뒤 물을 찾기 시작했고 한편에서는 물로 입을 행구기 바빴다. 코로도 모자라 눈까지 시렸던 경험. 중국 현지 전통주는 역시 스케일이 남달랐다.

 

한국만큼이나 자연과 전통을 사랑하는 중국. 지진의 아픔으로 구석구석 상흔이 남아있지만 그 조차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최대한 자연을 보존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소들 외에도 자연과의 공존을 보여줬던 낙산대불’, 제갈 공명과 유비를 모신 무후사’,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두보가 시를 읊던 두부초당등 모두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존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깔끔하게 정돈 돼있었고 중국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깨지지 않았을 편견. ‘청두 오프로드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훗날 편집기자로서의 식견을 보다 더 넓혀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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