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다. 설상가상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로 인해 타라는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어쩌면 그렇게 나와 비슷한 삶의 궤적을 살았을까 싶어 마음이 찢어졌다. 그녀는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입자격시험(ACT)을 치렀고, 17세에 대학에 합격하였다.
그처럼 기적과 같은 배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타라 웨스트오버의 첫 저술이자 회고록이 바로 [배움의 발견]이다. 이 책은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저자가 아이다호주 벅스피크의 유년 시절부터 케임브리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얻기까지 남다른 배움을 여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일곱 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었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어 의료 기록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다호 주정부와 연방 정부에게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이 부분 또한 나와 비슷하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야 가까스로 숙부님이 호적을 만들어줬다. 아무튼 타라는 대학생 셋째 오빠가 산 너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자 새로운 인생을 향해 발걸음을 떼기로 결심하게 된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입자격시험(ACT)에 필요한 과목들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기적처럼 브리검 영 대학(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는다)에 합격했다.
그렇게 17세에 처음 교실에 발을 들여놓게 된 저자는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왔는지 깨닫고,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아버지가 기른 그 옛날 소녀와 배움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지금의 자신이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바다와 대륙을 건너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배움이 무엇인지, 배움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의지를 얻는다는 깨달음을 전한다.(참고,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1월 11일자 조선일보 서평에서는 "타라가 배움을 몰랐다면 그녀의 오늘날 삶은 과연 어땠을까! 학교도 병원도 못 가게 한 아버지… 배움이 날 구원했다"고 썼다. 타라는 고아가 아닌데도 생일이 언제인지 몰랐다.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神)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며 자식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병원에 가거나 양약을 먹는 것조차 "신을 배신하고 정조(貞操)를 파는 일"이라 여겼다.
반대로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부엌"이라고 가르쳤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로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는 타라 웨스트오버(34)가 2018년에 낸 이 회고록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탈출해 자신을 찾아간 한 여성의 이야기다.
겨우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타라에게 ACT는 높다란 벽과 같았다. 그렇지만 독학에는 이력이 나 있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공부한 끝에 17세에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생활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장 발장과 나폴레옹 중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몰라 '레 미제라블'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축이 바닥나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매혈(賣血)을 할지언정 정부 학자금을 차마 신청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주입시킨 종교적 신념에 따르면 정부 의존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상 전체가 틀렸고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한 타라가 아버지야말로 이 세상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가 기른 그 소녀'와 헤어지는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이 가장 큰 지원군이었다. 눈 밝은 교수가 타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케임브리지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라고 독려한다. 가히 헬렌 켈러를 이끌어 준 진정한 스승 앤 설리번을 보는 듯 했다.
인도 영화 마운틴맨(The Mountain)을 보면 인도 북동부의 가난한 마을 게흘로르에 큰 돌산이 마을을 가로 막고 있는 오지가 나온다. 주인공 '만지히'는 22년간 이를 부수어 마침내 길을 낸다.
그야말로 수적천석(水滴穿石)이자 우공이산(愚公移山)이었다. 타라의 수적천석과 우공이산에 뜨거운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을 쓰던 도중, 모 지자체로부터 올해 시민기자로 활동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 역시 내가 그동안 쌓아온 만권(萬卷)의 독서와 끊임없는 공부의 어떤 우공이산 덕분이었음은 구태여 사족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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