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강(揚子江)과 그 지류인 한수이강(漢水)의 합류점에 입지하며 예부터 '우한삼진'이라 하여 중국 중부의 군사·교통의 요충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1858년 톈진(天津)조약에 의해서 개항장(開港場)이 되고, 서구열강의 조계지(租界地)가 되었다.
중국의 3대면시(三大綿市), 3대차시(三大茶市)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면과 차가 우한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교통면에서는 동서방향의 수운과 남북방향의 육운의 십자로에 해당하며, 교통로는 사통팔달(四通八達)하여 '9성(省)의 회(會)'라고 하였다.
이러한 우한이 지금 그야말로 우한지옥(武漢地獄)으로 변했다. 최근 우한에 거주한다는 중국인이 유튜브를 통해 현지 사정을 고발했다.
"사방이 봉쇄된 우한은 마치 지옥과 같다. 병원에 가면 환자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지만 정작 의료진은 얼굴도 볼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공산주의인 중국당국에 걸려들까 무서워서였는지 아무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런 주장을 펴는 중국인을 보면서 새삼 우한의 공포와 중국당국의 사통폐쇄(四通閉鎖) 정책을 보는 듯 하여 전율(戰慄)했다.
1월 28일자 조선일보에 [지도에도 없는 샛길로 우한 탈출… 우리 차 뒤로 수십대가 따라왔다]는 박수찬 특파원의 우한 '리얼 탈출기'가 실렸다. 이 내용을 보자니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의 진실'을 취재한 뒤 목숨을 걸고 광주를 탈출하는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가 떠올랐다.
중국 우한시에서 집단 발병 사태를 일으킨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지난 2003년 당시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을 연상케 하고 있다.
사스에 걸리면 심한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숨 쉬기가 힘들다. 심각한 폐렴으로 발전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특히 사스는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라서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두려움에 떨었다. 사스는 2002년 중국 남부의 광둥 지방에서 처음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 첸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가 이곳을 다녀간 뒤 사스에 감염되었고,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증상이 발생하여 홍콩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와 함께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 같은 호텔에 묵었던 사람들, 또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들이 감염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스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어 문제의 심각성까지 함께 전파되었다. 약 7개월 동안 32개국에서 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774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스를 일으킨 것은 사스-코로나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바이러스는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에게 접촉하면 쉽게 전파된다. 그래서 환자를 격리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스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고 건강한 사람은 회복률도 높았다. 하지만 노인이나 어린이,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어 당시 전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사스 바이러스가 불과 6개월 만에 30여 개 나라에 퍼진 것을 보면 그 전파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한지를 알 수 있다. 인구 천 만이 넘는 도시를 폐쇄하고 봉쇄하는 중국당국의 고육책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외국의 의료진에까지 손을 벌려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이상의 사망자와 감염자 증가를 막는 방책이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다. 텅 빈 중국 수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사진을 보면서 '폐쇄주의'로 일관하는 중국의 민낯이 오버랩되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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