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의 사전적 정의는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짓'이다. 우리나라가 '떼 공화국'이 된 데는 가정교육 탓이라고 지적하는 교육 전문가도 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 기를 안 죽이려 떼쓰기를 단호히 거절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떼'의 효용성을 체득하게 된다. 노조의 떼쓰기가 거의 매번 성공하면서 '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꼭 필요한 국가적 시설물이라면 한번 결정된 사항을 절대 바꾸지 말아야 한다.
처음 결정할 때 신중하게 하되 일단 결론이 내려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선례를 쌓아가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떼쓰기에 밀려 기존 결정을 번복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천안으로 알려졌다가 아산, 진천으로 바뀐 이번 문제는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천안, 아산, 진천 주민들과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 모두 개운치 않을 듯하다." =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면서 중국 우한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거기서 거주하던 한국인들 또한 애먼 피해자가 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우한 거주 우리 국민을 전세기로 데려와 아산과 진천의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하겠다는 발언은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떼쓰기가 통하면> 글에도 등장하지만 경부고속철 구간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는다고 한 승려가 떼를 쓰자 공사가 2년 반이나 중단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터널은 완공됐지만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렀다. 터널 개통 10년이 지났지만, 도롱뇽 피해 소식은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송전탑 건설을 막는 지역 주민 탓에 수년간 고생하다 결국 자비로 송전선로를 땅에 묻겠다고 약속해서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정부가 중국 우한 거주 교민을 전세기로 데려와 천안에 격리 수용하겠다고 발표할 때 나는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이에 천안시민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그 해당지역을 아산과 진천으로 금세 말을 바꿨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아연실색, 아니 아진실색(牙鎭失色)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진실색'은 나의 작위적 사자성어다. 아산(牙山)과 진천(鎭川)의 앞머리를 따서 만들었다.
아산과 진천은 천안에서 채 1시간 거리도 안 되는 지척(咫尺)이다. 이처럼 마치 조령모개(朝令暮改)처럼 갈피를 잡기가 어렵게 만든 이유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천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이 모두 여당인 민주당 소속인 반면, 아산과 진천은 야당 의원 지역구에 해당하기에 "정치적 계산으로 이미 결정을 해놓고 선정 이유를 끼워 맞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며 보도했다.
정치적 견해는 밝히고 싶지 않다. 다만 강조코자 하는 건 이처럼 중차대한 결정을 한다면 응당 해당지역의 주민들 반발을 염두에 두었을 거라는 얘기다. 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 다른 점은 국민들의 민의(民意)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뜨끈뜨끈 온천도시(溫泉都市)가 아산이다. 또한 살아서는 진천 땅이 좋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생거진천(生居鎭川)이다. 그렇건만 우한 거주 교민 전세기 이동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불황의 쐐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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