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강 양두구육(羊頭狗肉)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강 양두구육(羊頭狗肉)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2-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양두구육(羊頭狗肉)' 이 고사(故事)는 양(羊)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있는 내용이며, 그럴 듯한 물건을 문 밖에다 걸어놓고, 안에서는 형편없는 물건을 판다는 내용과 겉으로는 훌륭한 것처럼 내세우지만 속은 보잘 것 없는 내용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거짓으로 자신을 감추는 희대(稀代)의 사기꾼을 비유하기도 한다.

사건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영공(靈公)은 궁중의 모든 여자들에게 남장(男裝)을 시켰다. 그러자 백성들이 모두 남장을 했다.



그러자 영공은 백성들에게 "여자인데 남자 옷을 입는 자는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잘라 버리겠다."고 하며 남장을 금지시켰으나 서로 바라보면서 그치지를 않았다.

영공은 재상인 안자(晏子)에게 물었다. "과인이 관원을 시켜 여자들의 남장을 금지시키고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자르는데도 서로 바라만 보면서 그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

안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궁중의 여자들에게는 남장을 하라고 하시면서 백성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마치 양(羊)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궁중에서도 남장을 못 하게 하시면 백성들 사이에서도 감히 못 할 것입니다."

영공은 옳다고 하며 궁중에서도 남장을 하면 안 된다는 명을 내렸다. 한 달 남짓 지나자 아무도 남장을 하지 않았다.

유사성어로는 우두마육(牛頭馬肉), 구밀복검(口蜜腹劍, 면종복배(面從腹背), 표리부동(表裏不同), 양의 탈을 쓴 늑대 등 많은 유사한 고사성어를 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생활 속에서,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아랫사람이 깨끗하다. 남을 속이기 전에 나를 한번 돌아보라 지도자는 법(法)보다 덕(德)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上流旣濁 下流難淸(상류기탁 하류난청) :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

이솝 우화에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많이 읽고 들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동화의 요지는 양을 치던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두 번이나 거짓말을 해 마을 사람들을 속여먹었으나 세 번째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거짓말로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내용이다.

어린이 동화의 재미와 재치를 더하고 있는 우화는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많은 풍자와 교훈의 뜻을 의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는 그리스의 이솝이 지은 우화를 말하는데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어쩌면 그토록 오늘날에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양치기 소년 우화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알리는 교육 자료로 더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어른 사회에서도 역시 거짓은 불행을 자초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교훈적인 사례로 쓰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서 한번은 속여 먹을 수 있지만 거짓말도 자주하면 이는 불신으로 이어져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결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십계명을 통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거짓은 위선이요 참이 아니며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을 올바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고로 거짓말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사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을 누가 왜 하는지 살펴보면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잘못된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사기이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통하여 양치기소년은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양과 자신의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비극을 자초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살았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이다.

이런 교육을 선생님,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의 국민들이다. 그러나 교육자나 사회지도층이 거짓을 말하고 이를 위장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자 한다면 이는 이른바 양치기 소년과 같다.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위선이자 사기이다.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는 도덕과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남을 잘 속이고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문제로 넘어간다는 지적이다.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미 중증인 심각한 정신병적 증세를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기 전과자들을 보면 똑같은 수법을 지속적으로 행하여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을 늘 접하게 된다. 거짓을 말하는 자들은 거짓말이 양치기 소년처럼 습성화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거짓과 진실게임에서 승자는 분명 진실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거짓말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며 척결대상이다.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뜬 구름 잡는 헛된 행태는 추악한 죄악이자 범죄이다.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의 자세는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 강렬한 메시지를 고대 그리스 양치기소년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해 교훈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농협, '대전시 화요직거래장터' 개장
  2. 내포 명품학군 조성될까… 영재학교·충남대 내포캠·KAIST 연구원·의대까지
  3. [기고] 26일 첫 '순직의무군경의 날'을 맞아
  4. 의대수업 재개 학생 없는 빈교실 뿐… "집단유급 의사인력 우려"
  5. [4월 21일은 과학의날] 생활주변방사선 피폭 최소화 '국민 안전 최우선'위한 KINS의 노력
  1. 금융소외계층 울리는 불법사금융 범죄 매년 증가
  2.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대전교육청 독서인문교육으로 인문소양능력 기른다
  3. 항우연 37개 패밀리기업과 간담회… 이상률 원장 "긴밀히 협력하고 지원"
  4. 장애아동과 부모 150명 아쿠아리움 봄나들이 성료…장애인 문화활동 이바지
  5. 대전 최초 전국오픈탁구대회 유성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CTX사업 첫발… 국토부 민자 적격성 조사 착수

충청권 CTX사업 첫발… 국토부 민자 적격성 조사 착수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이 4월 25일 민자 적격성 조사와 함께 본궤도에 오른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차관은 이날 오전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이와 관련한 거버넌스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백 차관을 비롯해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 정선용 충북도 행정부지사, 세종시 이승원 경제부시장, DL E&C 어준 본부장, 삼보기술단 이정용 사장, 국가철도공단 손병두 건설본부장, 한국교통연구원 박지형 부원장 등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백..

"전자담배 기술 발명 보상 못받아" KT&G 전 연구원 2조 8000억 소송
"전자담배 기술 발명 보상 못받아" KT&G 전 연구원 2조 8000억 소송

릴,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KT&G 전 연구원이 KT&G를 상대로 2조 8000억 원 상당의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곽대근 KT&G 전 연구원이 이날 KT&G를 상대로 2조 8000억 원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 소송 규모는 국내 사법사상 단체, 집단소송을 제외하고는 최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씨는 발명기술 권리 승계에 대한 대가인 직무발명 보상금을 회사가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명예퇴직을 강요했다며 KT&G는 자..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구성에 충청 국회의원은 들러리?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구성에 충청 국회의원은 들러리?

제22대 국회의장 선출과 여야 지도부 구성 과정에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장은 일찌감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다선중에서 친명과 비명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고 원내대표 역시 친명 인사로 무게가 쏠린 상태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수도권과 영남권, 친윤과 비윤의 세력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충청권 의원들은 그 어디에서도 배제되는 등 여야 당권에서 충청권 의원들이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의결 정족수를 과반 득표로 강화하고 결선 투표를 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CTX 출발역인 정부대전청사역 현장점검 나선 백원국 차관

  •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안장식

  •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즐거워요’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즐거워요’

  • ‘친환경 소비생활 함께해요’ ‘친환경 소비생활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