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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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승인 2020-11-09 09:53
  • 수정 2020-11-09 13:33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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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옆에 공원이 있다. 자그마한데 동네 사람들에겐 아주 유용하다. 공원이 생기기 전엔 마땅히 쉴 곳도, 운동할 곳도 없어 아쉬웠다. 몇 년 전 이 공원이 생기고부터 동네는 활기가 넘친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안식처다. 공원이 생긴 해, 기념탑 아래 우람한 나무가 있길래 자세히 봤지만 처음 보는 나무였다. 마침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던 구청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마로니에라고 했다. 아, 이 나무가 마로니에였어? 말로만 듣던 마로니에 나무. 파리의 고즈넉한 거리에서나 볼 법한 나무 아닌가. 다분히 유럽스타일의 나무로 각인됐다. 이브 몽땅과 잔느 모로가 연상되는 나무.

마로니에 나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날~.'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의 박건은 가을이면 으레 소환된다.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마로니에 잎이 진 거리를 거닐며 지나간 청춘과 사랑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남자. 이 노래가 나온 1970년 초는 대중가요가 다분히 낭만적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대였지만 인생의 맛을 즐길 줄 알았다. 지금처럼 돈이 최고인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시대와는 격이 달랐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천하의 대재벌 총수 이건희도 결국 저승으로 가는 길엔 십원 한 장 못 갔고 떠났다.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돈이 전부인 삶은 왠지 서글퍼진다. 돈이 사는 데 편리하고 안락함을 주지만 분명 돈보다 가치있는 것이 있다. 어제 저녁에도 공원을 걸으며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흥얼거렸다. 어느새 무성했던 마로니에 잎이 다 떨어졌다. 이렇게 가을은 또 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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