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강의 주제는 저의 전공 분야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지요.
그런데 다른 행사 때문에 그 연구원에 와있던 당시 문교부 장관이 강의를 참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장관은 저의 강의 주제에 정통한 분이셨죠.
장관도 계신데 잘 해보자고 마음먹고 연단에 오르자마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엉성하게 하고 내려 왔습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에몬스 징크스'라고 하지요.
이 개념은 매튜 에몬스라는 미국의 사격 선수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50미터 소총3자세 결선을 치뤘는데, 평소의 기록으로 보아 에몬스의 우승은 확실했습니다.
그 경기에서도 줄곧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 한 발을 1점만 맞춰도 우승을 차지하는데, 사격의 명수인 그는 마지막 한 발을 옆 선수의 과녁에 맞춰 0점 처리가 된 것입니다.
지나친 긴장감 때문이었지요.
이 긴장감은 금메달을 향한 강한 열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에몬스 징크스' 현상이 종종 발생합니다.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지나친 갈망, 정치인이 청중의 갈채를 지나치게 의식할 때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지나친 갈망은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연결되지요.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마주하든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계약을 하던 강연을 하던 눈앞에 놓인 상황에만 집중하고 그 결과로 얻는 이득이나 청중의 갈채는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침착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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