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어보 322과의 분석 성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어보 과학적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어보는 의례의 산물로 제작된 인장(도장)이자 조선 시대부터 대한제국 시대까지 약 500년에 걸쳐 제작된 대표 왕실문화재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했으며, 국왕과 왕실 전체의 권위를 상징하는 역사성과 진귀함으로 2017년에는 '조선왕조 어보·어책'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어보의 과학적인 분석자료를 확보하고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3개년에 걸쳐 연구했다. 금보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자체적으로, 옥보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과 공동으로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어보의 구성 재료와 제작기법에 중점을 두어 비파괴 분석방법으로 표면을 분석했다.
어보 분석 결과를 종합·정리한 이번 3편의 보고서에는 1권에는 박물관 소장 어보의 과학적 분석 개요와 금보, 옥보의 제작기법과 재질, 특징 등 연구 결과를 정리한 4편의 논고를 담았고, 2권에는 금보 분석 결과, 3권에는 옥보 분석 결과를 수록했다.
국내 최초로 진행한 어보의 과학적 분석 연구 결과를 수록한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 어보 환수나 유사 유물의 시기 판별에 기준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앞으로도 소장 유물의 과학적 분석을 계속 진행해 국민에게 더 다양한 왕실문화재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으로,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서 시호ㆍ존호ㆍ휘호를 올릴 때 제작해 일종의 상징물로 보관됐다.
어보는 조선 태조의 4대조부터 대한제국 순종을 비롯해 추존왕 등 34명의 왕과 48명의 왕비와 계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되었다. 현존하는 어보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어보는 1441년에 제작된 문종비 현덕왕후의 어보이며, 가장 늦은 시기의 어보는 1928년에 제작된 순종비 순명효황후의 어보이다. 어보에는 왕과 왕비의 덕을 기리는 존호(尊號)와 돌아가신 후 공덕을 칭송하는 시호(諡號) 등을 새겼다. 추가로 존호나 시호를 올릴 때마다 어보를 새로 제작하였다. 존호를 올리는 의식 등에 사용하고 나중에 종묘 신주실에 모셔 보관하였다. 존호를 올릴 때 어보와 함께 보통 주인공의 공덕을 칭송하는 글을 새긴 어책(御冊)을 함께 수여하였다. 손잡이의 형태는 용이나 거북을 사용하였으며, 보통 높이는 9.6cm, 무게도 4㎏에 달하였다. 주요 성분은 금 대신 구리와 은을 54:23으로 혼합하여 도금의 형태로 많이 제작되었다. 실제로 사용된 일은 없으며 상징성으로 제작한 도장이다. 실무용인 국새에 비하여 크기가 커서 조각선이 굵고 덜 정교하다.
김소희 기자 shk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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