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우리가 기록해야 하는 이유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우리가 기록해야 하는 이유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21-01-26 08:17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김용태 무역협회 대전세종본부장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기록의 소산인 신문을 펼친다. 그 속에는 인간이 겪은 사실들과 희망, 절망, 분노, 평안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다 보니 관련 내용이 많다. 그중 하나가 대전 대덕구의 '코로나 19 대응 기록물' 발간이다. 대덕구는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구민과 함께한 304일간의 발자취를 기록, 대응 상 문제점과 개선책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유사재난에 활용하고자 기록물을 펴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19 방역 '초기'에 세계적 모범국가로 주목받은 것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대응 과정에서 저질렀던 실수들을 잘 기록해 이번 사태에서 반면교사로 삼은 덕분이다.

반면에 제대로 기록하지 못해 낭패 본 사례도 신문에 등장한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과 궁동을 잇는 온천북교 개통이 6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중도일보 올해 1월 14일 자)다. 기존 설계 도면을 토대로 설계한 뒤 시공에 착수해보니 하천의 관 위치가 도면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완 설계 등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난 만큼 시민 세금이 더 들어가게 됐다.

기록의 중요성은 국가는 물론 개인, 단체, 회사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2월 어이없는 방화로 상당 부분이 불탔던 국보 1호 숭례문의 복구공사에서는 각종 기록이 요긴하게 사용됐다. 1960년대 초 해체 보수 당시의 도면을 비롯해 발굴 조사 자료, 고증 연구 기록, 옛 사진 등과 함께 2002년 3차원 레이저 스캔 기술로 만들었던 실측자료가 복구에 한몫했다.

국가의 소중한 정보자원인 국가기록을 책임지는 국가기록원은 대전의 행정기록관, 세종의 대통령기록관, 성남의 나라기록관, 부산의 역사기록관에 모두 148개의 서고를 두고 1173만 점의 기록을 보존·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편년체 역사서로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도면, 문서, 간행물 등이 있다.



기업 측면에서 기록을 보면, 구글은 자료를 찾는 검색엔진과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기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들이 소송에서 관련 기록을 제출하지 못해 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에서는 전임자가 퇴직하면서 기록들이 제대로 인수인계되지 않아 당장 필요한 자료를 서류함이나 PC에서 찾다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도 나온다.

사람은 기록하는 인간(Homo Archivist)이다. 구석기 시대에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벽에 들소, 사슴 등을 그렸던 인류는 종이에 문자를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 사진, 소리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는 '기억을 기억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기록은 과거를 통해 현재에서 지혜를 얻고 미래에 더 잘살아 보려는 의지의 실천이다. 지금 우리는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며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뭔가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종이 한 장이 태평양보다 훨씬 커 보인다. 많은 사람이 '기록'이란 단어에 압도돼 '내가 어떻게 기록을 하나…기록은 글 잘 쓰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하며 펜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기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2년간 은신처에서 썼던 일기와 18세기 말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산파였던 마서 밸러드가 27년 동안 써 내려간, 시초에는 평범했으나 나중에는 소중한 유산으로 승화된 일기가 기록하려는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

내가 주인공인 인생의 기록 영화 '2021'의 제작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영화가 명작이 될지, 아니면 짧은 예고편만으로 끝나게 될지는 당신의 펜 끝에 달려 있다. 당장 기록하자./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사설] 소진공 이전 아닌 원도심 남는 방향 찾길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3.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4.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5. [사설] 민주당 '상임위장 독식설', 또 독주하나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