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중… 현행범 잇달아 검거

작년 1년간 1014건 사건 발생… 957건·1354명 검거
은행·편의점 공조 체계 구축해 의심 사례 신고 활성
통신사 연계 보이스피싱 주요 피해 사례 안내도

#1. 지난 2일 대전 서구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A씨는 ATM 기기 앞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5만 원권을 송금하는 남성을 발견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돈을 송금하던 남성에게서 수상한 느낌을 받은 A씨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지인에게 전화하는 척 112로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둔산지구대 백은진 순경은 신속히 현장에 출동했고 ATM 주변에 있던 이 남성에게 이용 경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가담 일당으로 아산에서 대전으로 택시를 타고 와 피해액 1200만 원을 건네받아 송금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을 검거하고 피해액 중 750만 원을 회수했다.

#2. 지난달 25일 노은지구대에 한 4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 통화를 하며 들어왔다. 여성은 현금 900만 원을 인출한 상태로 통화 내용을 경찰과 공유했다. 박수환 경위는 검찰을 사칭해 현금을 노은역으로 가지고 나오라는 통화 내용에 보이스피싱을 확신하고 사복 차림으로 여성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뒤따라 택시를 이용해 현장으로 향했다. 전달 장소에서 대기 중이었던 보이스피싱 일당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자칫 사라질 뻔한 9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

대전경찰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민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 근절을 위해 금융권·통신업계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등 고도화되는 범죄 수법에 따라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9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모두 1014건이다. 피해액은 207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957건·1354명을 검거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154건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은 범죄 특성상 피해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범죄 발생 초기 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던 수법에서 추적 방지를 위해 현금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돈을 되찾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통한 범죄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현금을 대거 인출하는 은행이나 ATM 기기를 가까이 두는 편의점과 연계해 보이스피싱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피의자 검거 땐 공로 보상 활성화를 시행하고 있다.

대전경찰은 통신사와 협약을 맺고 일정한 주기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문자로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경찰이나 검찰을 사칭해 현금을 찾게 한 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라는 요구를 비롯해 금융기관이라고 속인 후 저금리 대출이나 대환을 해 주겠다며 거리에서 만나자는 수법,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사서 PIN 번호를 보내라는 등 모두 100% 보이스피싱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해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