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김종민 팀장 |
한국의 수출지표는 세계 무역과 경제의 흐름을 전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여겨지고 있다. 그 이유는 수출 통계가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먼저 발표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매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월의 수출입 잠정치를 발표하고, 15일 즈음 관세청이 확정치를 발표한다. 며칠 지나 세부 무역통계 DB가 무역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된다. 민관이 협력해 신속하게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주요 국가들이 월별 수출입 통계를 최소 한 달 반이 지난 뒤에야 발표하기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이것 역시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한국 수출실적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선호되는 경기선행지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유로 우리 수출이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EU와의 교역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 지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6%로 홍콩까지 더하면 60.5%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 수출은 세계 주요국 수입수요의 변동을 반영하는 지표로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수출산업의 구조가 반도체, 석유제품, 화학, 자동차부품, 조선, 철강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간재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향후의 경기전망을 반영해 최종재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선행한다. 따라서 우리 수출이 세계 경제 흐름을 앞선다고 여겨지는 것은 흔히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기선행지표로 인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시름시름 앓던 카나리아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된 데 이어 최근 2월에는 15개 주요 품목 중 11개가 증가했고, 하루평균 수출액은 역대 2월 실적 중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등 주요 품목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고, 그동안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석유제품과 화학제품까지도 단가 상승에 힘입어 서서히 수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수출대상 지역인 중국, 미국, EU 등으로의 수출이 1월부터 고루 증가세로 전환된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폭이 가장 컸던 시기가 2분기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상품 수출이 상반기에는 13.0%, 하반기에는 2.0%의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양으로 연간 7.1%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환기를 통해 맑은 공기가 새로이 돌고 카나리아가 활기를 되찾기 시작할 때 탈출했다가 돌아온 광부들은 어떤 마음가짐일까. 안전하게 위험을 이겨냈다는 안도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디에 어떤 광물이 묻혀있을까, 이전의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갱도를 뚫어야 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아마도 코로나 불황을 견뎌내고 있는 무역인, 기업인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이제 코로나19로 뒤바뀐 세상에서 마음을 다시 한 번 환기 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김종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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